↑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채권시장 자금경색 상황을 타개하고자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하자 24일 국내 증시에서 건설주와 증권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사진은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건설업 지수는 전일 대비 1.72포인트(2.38%) 오른 73.97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건설업종 내 38개 종목 가운데 29개 종목이 상승하는 등 전반적으로 건설주에 훈풍이 불었다. 현대건설(2.49%), GS건설(3.46%), 대우건설(4.78%), DL건설(1.49%) 등 대형 건설주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대형건설주 6곳이 동반 신저가를 기록했던 지난 21일과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증권주도 마찬가지다. 증권업지수도 1.71% 올랐다. 키움증권이 6.00%나 오른 것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1.64%), NH투자증권(1.25%), 삼성증권(2.81%), 메리츠증권(0.86%) 등이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건설주와 증권주는 최근 증시에서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 3.63% 상승했지만 건설업지수는 -4.02%, 증권업지수는 -0.67%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는 레고랜드 ABCP 디폴트 사태 이후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강원도 산하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가 레고랜드를 짓는 과정에서 발행한 ABCP가 상환에 실패하며 지난 4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에 따라 지자체가 보증한 채권도 믿을 수 없다는 시장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다.
CP(기업어음) 금리나 회사채 금리가 뛰면서 자금시장이 빠르게 얼어붙는 조짐이 보이자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 당국은 전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동원해 회사채, CP 매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번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통해 50조원 이상의 자금이 공급된다.
시장에서는 일단 안도하는 반응이다. 공급되는 유동성 규모도 적지 않은 만큼 위축된 투자심리를 상당 부분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PF ABCP 시장의 불안과 파급영향을 정부와 금융당국이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며 "지난 6월말 국내 증권사의 전체 채무보증 규모가 약 48조원임을 감안하면 이번 유동성 공급조치는 시장불안을 완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근본적 원인은 한국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있는데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0.5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기대했던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나 금투협에서 요청한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나온 정책의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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