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 제공 = 유진투자증권] |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을 이 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핵심 산업인 반도체 관련주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이 애를 태우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는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실적 우려가 주가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역성장이 기정사실화됐고, 내년에는 영업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외국계 증권사뿐 아니라 최근 국내 증권사에서도 내년 1분기 SK하이닉스가 영업적자 전환이 유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센터장은 최근 발간한 리포트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감산에 대한 유연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전자 측이 메모리 반도체의 '인위적인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내비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센터장은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수가 적은 상황에서 감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실적이 안 좋아도 주가 바닥이 빨리 나온다"며 "삼성전자 600만 주주들이 통곡을 하고 있는데, 주주들에 대한 책임감을 생각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전망 관련해서는 한동안 5~6만원 사이에서 움직이는 횡보세를 전망했다. 삼성전자에 투자해 당장 플러스 알파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센터장은 인터뷰 내내 국내 주식시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했다. 남은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로 2020~2360선을 제시했다. 2000선을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트레이딩으로 보면 답이 없다. 다만 장기 분할 매수 관점에서는 괜찮다"며 "한 1년은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상장사 대부분의 주가가 큰 폭으로 빠지면서 개인 투자자의 손해가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저점 매수'를 고민할 시기는 아니라고 했다. '물타기'(매입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때 추가로 매수해 평균 매수가를 낮추는 것)도 권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이 센터장은 "장기적으로 맞을 수 있지만 일단은 현금을 확보하고 관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남은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의 대피처를 꼽자면 에너지 업종을 추천했다. 에너지 관련주들이 유가 강세 분위기와 맞물려 상승 여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방비 비중이 향후 증가할 것으로 보고 방산 업종 전망도 좋게 본다고 했다. 반면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고밸류이션, 성장주는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대장주를 비롯해 올해보다 더 비관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오히려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Fed의 기조 변화에 따라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2월 25bp를 더 인상해 4.75%까지 올릴 것이라는 게 시장 추정치고 그 이후에는 금리를 더 이상 안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며 "생각보다 빠르게 기업 실적이 둔화되면 내년 2월을 마지막으로 Fed가 금리 인상을 멈추고, 시장에서는 저점 찾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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