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압박이 심해지며 대부분 은행이 올해 들어 신규 취급 상품의 예대마진을 줄였지만, 일부 은행에선 오히려 예대마진이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예대마진 축소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금융 관련 공약인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사안이어서 이들 은행의 금리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황운하 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인터넷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예대금리차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가계 예대금리차가 2021년에 비해 확대된 곳은 NH농협은행과 토스뱅크, 우리은행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은 가계예대금리차가 지난해 1.55%포인트에서 올해 1.70%포인트로 커졌고,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1.77%포인트에서 1.78%포인트로 소폭 상승했다. NH농협은행은 은행연합회가 월별로 공개하는 예대마진 통계에서도 2개월 연속 예대금리차 1위(5대 은행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예대마진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쏟아내는 가운데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NH농협은행 측은 "정책금융 취급 비중이 높아 공공기관 수신 비중이 다른 은행에 비해 높은 편인데, 이런 자금은 6개월 미만의 단기 예치자금이어서 금리 인상 영향이 덜한 편"이라며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진 결과 예대마진이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예대마진 통계의 경우 여신금리는 가계상품만 반영하지만, 수신금리는 가계·기업·정부의 자금을 모두 반영한다.
지난해 60조원에 달하는 초과세수가 발생해 올해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교육청에 교부금이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 액수가 NH농협은행 예금으로 흘러들어온 것도 조달비용을 떨어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정부가 전년도 결산을 마친 뒤 11조원의 교부금을 지자체·지방교육청에 할당하며 NH농협은행의 예·적금 규모가 13조원 넘게 급등한 바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 예대마진이 높았던 곳들에서 이를 줄여나갈 여지가 컸던 것"이라며 "애당초 예대금리차가 작았던 우리은행은 소폭 확대된 수치로도 경쟁 은행에 비해 낮은 예대마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의 가계예대금리차는 지난해 4.40%포인트에서 올해 4.82%포인트로 0.42%포인트나 상승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2021년 10월부터 영업을 개시했지만 대출총량규제에 걸려 실제 영업한 일수가 9일에 그쳐 취급액수도 극히 작다"며 "올해 수치와 변동을 비교하기에 충분치 못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반면 예대마진이 전년 대비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의 가계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80%포인트에서 올해 1.61%포인트로 0.19%포인트나 줄었다. 이어 카카오뱅크(0.18%포인트)와 신한은행(0.15%포인트) 순으로 가계예대금리차 감소폭이 컸다.
예대금리를 축소하라는 정치권의 압박은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