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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쇼크 터널은 4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직전 연도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기간을 뜻하며,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이후 내년 2분기까지 또 한 번의 터널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이 터널 초입을 매수 적기로 판단한 역발상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거둬왔는데 삼성이 매번 위기를 극복하며 그 이상의 실적을 내왔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자 증권가는 충격에 휩싸였다.
올해 3분기에 기록한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은 작년 3분기 대비 31.7%나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가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4대 사업부로 구성되지만 이익 중 70%(올해 2분기 기준)를 반도체로 벌어들인다.
지난 8월에 내놓은 갤럭시 Z플립·폴드4 등 폴더블폰은 세계 시장에서 전작 대비 잘 팔리고 있지만 삼성의 전체 이익 하락세까지 막을 순 없었다는 것이다.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주요 정보기술(IT) 기기 시장에서 수요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또 다른 주력 시장이었던 서버 시장마저 위축되며 삼성의 향후 분기 이익 추정치를 내리고 있다. 특히 빅테크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서버 시장은 2010년, 2016년, 2022년 교체와 팽창 주기를 지나면서 그 수요가 하락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반도체 수요 감소는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를 내리는 근거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4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국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 평균(에프앤가이드)은 9조9842억원으로 나타났다.
2023년 1분기와 2분기의 삼성전자 영업이익 역시 각각 8조7186억원, 8조4425억원으로 예상돼 어닝쇼크 기간이 올 3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될 전망이다. 이 기간 삼성의 이익은 직전 연도 동기 대비 각각 31.7%, 28.0%, 38.3%, 40.1%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2000년 이후 다섯 번째 어닝쇼크 구간이 시작되는 셈이다.
그러나 외국인은 지난 9월 말부터 10월 17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그 금액이 9773억원에 달한다.
최근 22년간 삼성의 분기 실적과 분기 말 주가의 상관관계를 보면 실적 쇼크 초입에 투자했다가 이익이 반등했을 때 팔고 나오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첫 실적 쇼크는 2004년 4분기 이후 2005년 3분기까지였다.
2004년은 미국 모토롤라가 지금 봐도 세련된 휴대폰 모델 '레이저'를 내놓으며 당시 절대 강자인 핀란드 국민 기업 노키아를 압박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고의 디자인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레이저가 모토롤라의 정점이었다. 2004년 터키를 중심으로 전 세계 물가가 급등하자 휴대폰을 중심으로 IT 수요가 줄기 시작한다. 결국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하락→휴대폰 판매 감소→D램 반도체 가격 하락→삼성전자 어닝쇼크'로 이어졌다.
이 같은 여파로 삼성전자의 2004년 4분기 영업이익은 1조5330억원에 그쳤고, 2003년 동기 대비 41.6% 급감했다. 쇼크는 2005년 3분기까지 지속됐고, 4분기 이익은 2조원대를 회복하며 전년 동기 대비 39.3% 증가한다. 2004년 말 주가가 9010원(액면분할 반영한 수정 주가 기준)이었는데 쇼크 터널을 빠져나온 2005년 말(1만3180원)까지 보유했다면 수익률이 46.3%다.
두 번째 쇼크 기간은 2008년으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모든 상장사가 고통을 겪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이었다. 2004년 이후 4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PC·휴대폰 수요 위축으로 반도체 재고가 급격하게 쌓였다. 당시 삼성경제연구소는 "1970년대 이후 세계 반도체 경기 사이클은 평균 4~5년"이라면서 "기술 혁신에 따른 수요 증가가 일어나지만 공급자들의 공격적인 설비투자로 공급과 재고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하락해 이익이 떨어지는 어닝쇼크가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2008년 3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난 1조원이었고, 같은 해 4분기엔 9370억원 적자로 돌아선다. 2009년 2분기까지 이어진 실적 부진은 2009년 3분기 2조7670억원의 이익을 기록하며 끝난다. 이 기간 분기 말 기준 주가 바닥은 2008년 말 9020원이었는데 2009년 9월 말까지 보유했다면 수익률은 80.7%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삼성 최초의 스마트폰 '갤럭시S'를 출시하며 반도체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에서 애플의 유일한 경쟁자가 되면서 반도체 물량도 소화해내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어냈다. 때마침 구글과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크게 늘리면서 반도체의 새로운 수요처가 발생하며 삼성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역대급 호황을 누린다. 그러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다른 D램 반도체 업체의 공격적인 설비투자로 공급 과잉이 일어나면서 2014년 2분기 이후 세 번째 쇼크 터널에 진입한다.
네 번째 쇼크 역시 세 번째와 비슷하게 수요 대비 초과 공급이 문제였다. 2016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시장엔 빅테크 기업들의 서버 교체 수요에다 반도체 기술 발전(DDR3에서 DDR4로 교체)에 따른 가격 상승, 인기 게임과 비트코인 채굴 등 새 시장까지 나타났고 삼성은 또 한 번의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D램 반도체 시장에 살아남은 삼성과 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은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들 업체가 D램 반도체에 대한 CAPEX(설비투자)를 2016년 90억달러에서 2018년 232억달러로 2년 만에 2.5배로 늘리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한 것이다.
2018년 4분기 시작된 쇼크는 2019년 4분기까지 지속되는데 되레 이 기간에 주가는 44.2% 반등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쇼크 기간 첫 분기 혹은 둘째 분기에 투자해 1년 이상 보유했다면 40% 넘는 수익률을 거둔 경우가 네 번 중 세 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