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채권시장에 불어닥친 유동성 경색 조짐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대책을 20일 내놓는다.
지난달 28일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채권시장 전반에 걸쳐 유동성 경색 조짐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자본시장에 대한 안이한 대응이 국가 금융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9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20일 (채권시장 불안 진정에 관한) 메시지를 바로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레고랜드 ABCP 사태로 인한 채권시장 불안에 대한 대책을 묻는 매일경제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구체적인 시장 안정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국책금융기관을 통한 회사채·CP 매입 규모를 6조원에서 8조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한편 최근 추진하고 있는 20조원 규모 채권안정펀드 설정 윤곽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채권시장 유동성 경색의 첫출발은 강원도의 결정에서 시작된다. 강원도는 춘천에 위치한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050억원 규모 PF ABCP를 발행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투자자들의 회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강원도가 설립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해당 ABCP 상환보증을 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강원도가 GJC 회생신청에 나서며 상환보증이 사라졌고, 이 때문에 ABCP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부도 처리됐다. 이 같은 강원도의 '아마추어'적인 대응에 채권시장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지방자치기관으로 시장에서 가장 믿을 만한 보증인인 강원도가 채무보증을 사실상 이행하지 않으며 채권시장 전반에 걸쳐 '상환'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 증권사는 부동산 시장의 공인중개사 같은 역할을 한다. 증권사는 채권 발행사와 채권 투자자 간 거래 중개를 한다. 다만 공인중개사는 집이 팔리지 않는다고 해서 집을 대신 떠안지 않지만 증권사는 발행 채권이 팔리지 않을 경우 해당 채권을 대신 떠안고 사들였다가 이를 시장에서 되팔아야 한다는 데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강원도의 결정 이후 ABCP 투자 수요가 자취를 감춤에 따라 증권사가 신규 발행 수요를 모두 대신 떠안아야 했고, 이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에서 당장 매각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국채를 내다팔고 있는 형국이다. 이날 3년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89%포인트나 오른 4.331%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 여파로 중소 건설사와 증권사가 자금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18일 롯데건설이 전날 운영자금 목적으로 2000억원의 유상증자(주주배정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한 이후 금융시장에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롯데건설 측은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위한 선제 대응 차원에서 유상증자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레고랜드 ABCP 사태로 PF 유동화증권과 회사채 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중소형 증권사들도 위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레고랜드 ABCP는 국내 증권사 10곳, 운용사 1곳이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대신증
[한우람 기자 / 김명환 기자 /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