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 채권 관련 사무실에선 한숨 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한 국내 증권사 채권운용팀에 재직 중인 A씨는 얼어붙은 채권 발행시장 상황에 증권사별로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보통 채권맨들은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잦은 미팅을 가진다. 하지만 최근엔 일감이 끊겨 "사무실에 있어도 할 일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모습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크로(거시경제) 변수 때문이긴 하지만 증권업계 특성상 불황일 땐 집으로 가야한다는 한탄까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별 채권 유동화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채권맨들의 고심이 깊어졌다고 한다. 증시 약세장 속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리테일 채권 매수세는 지속 증가 중이지만 정작 발행 시장에선 발행기업과 채권자 간 눈높이가 맞지 않아 딜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발행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이유는 기준금리가 시장 예상치 대비 빠르게 급등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차주인 발행사는 채권 발행을 통해 소정의 금리를 부담하는 대가로 자금을 조달한다. 최근 상황은 발행사 입장에선 높은 금리를 부담하기 싫은데 반해 채권자인 투자자들은 높은 금리 수준을 원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 간 눈높이가 맞지 않아 아예 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때문에 당장 자금 사정이 급한 기관 입장에선 채권 발행 대신 은행 대출(차입)을 통해 돈을 조달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금 더 급한 쪽에서 금리 수준을 양보하는 경향이 있다"며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건 1년 전부터지만 발행은 간간히 됐는데 최근엔 너무 금리가 올라 아예 발행 자체가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엔 강원도가 지급보증한 레고랜드의 유동화증권이 부도 처리되면서 증권업계 긴장감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보통 증권사 내 채권 유동화 관련 부서에선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발행사와 대출을 일으킨 후 이를 유동화증권으로 발행해 장단기 스프레드로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이번 디폴트 사태로 유동화증권 신뢰도가 급격히 내려가 AA급 채권의 3개월 금리가 7~8%대까지 급격하게 뛰어 발행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단기 금리차도 줄어 스프레드 이윤이 발생하기도 어렵다.
채권 금리 수준이 급등해도 딜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해당 미매각 물량은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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