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가 1기 신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건축 추진에 대한 설명과 의견 청취에 나섰다. 지난 17일 부천시청에서 중동신도시 주민 대표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시민들이 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부천시] |
"마스터플랜, 선도지구 등 새로운 말이 계속 나오면서 너무 혼란스럽다. 선도지구로 지정이 안 되면 또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
18일 국토교통부가 일산 고양신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1기 신도시 주민 간담회를 연 고양꽃전시관 세미나실. 국토부 관계자가 앞서 발표한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관련 정책 방향을 재차 설명하는 시간이 끝나자 주민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이들의 질문에는 그동안 정부 정책에 관한 강한 불만과 재정비사업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뒤섞여 있었다. 간담회에 참여한 한 백송마을 10단지 주민은 "마스터플랜, 선도지구 등 새로운 명칭이 계속 생기면서 주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오늘 설명회를 들어보니 선도지구에 지정이 안되면 상대적인 박탈감이 생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주민은 "10년을 더 기다려야 하느냐"며 "달콤한 언어가 제시되고 그다음이 없으니 너무 막연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국토부는 지난 8일 5개 1기 신도시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정비기본계획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단지별로 재정비사업 계획을 짜는 정비기본계획을 모두 반영한 마스터플랜을 2024년까지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027년까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시범지구)를 지정하겠다는 발언을 번복하고 선도지구를 2024년까지 지정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국토부가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 5곳에서 진행한 주민 간담회에서는 주민들 요구도 대거 쏟아졌다. 일산 백마마을 3단지 주민 대표는 "우리 단지 같은 경우 PC(사전제작 콘크리트)공법 구조와 RC(철근·콘크리트)공법 구조가 섞여 있는데, 재건축 연한은 RC가 30년, PC가 20년으로 제각기"라며 "PC 건물은 더 심각하게 노후화됐음에도 RC 건물의 연한이 안돼 안전진단 신청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재건축 연한이 이미 10년 전에 도래한 아파트 주민들은 계속 기다려온 상황"이라며 "안전진단부터 풀어 달라"고 촉구했다. 연차를 내고 간담회에 참여했다는 일산 성저마을 3단지 한 주민은 "우리집은 4층인데 비가 새고 아이 방에 곰팡이가 핀다"며 "거창한 계획은 잘 모르겠고,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를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열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선도지구에 대한 불만 섞인 질의도 대거 나왔다. 전날 부천시청에서 열린 중동신도시 주민 간담회에 주민대표로 나온 한 시민은 "선도지구를 2024년 지정한들, 어차피 순서대로 착공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중동신도시 주민은 "부천은 다른 신도시들에 비해 용적률이 불리하다"며 "10여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데,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난방배관 교체 등 도시재생 성격의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18일 오후 분당구청 2층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분당신도시 주민 간담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모범사례를 남겨 더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단지 간 준공 시기 차이가 길어야 4년인데,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라며 따져 묻기도 했다. 5개 신도시 주민 간담회를 돌며 주민들을 만난 문성요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주민들이 의구심을 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24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지정하는 방식을 원 장관과 5개 1기 신도시 지자체장 간 2차 간담회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자리에서 선도지구를 최종적으로 어떻게 세팅할지 결정할 것"이라며
[연규욱 기자 /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