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손실위험도 가중여신'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7% 늘어난 2조334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3년 만에 23% 증가한 것이다.
손실위험도 가중여신은 각 저축은행의 총여신 중에서 손실 발생이 예상되는 여신으로, 부실채권 중 고정분류여신의 20%, 회수의문여신의 50%, 추정손실여신의 100%를 합해 산출한다.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금을 뜻하는데, 회수 가능성에 따라 회수 불능이 확실한 '추정손실', 회수 불능이 예상되는 '회수의문', 담보 처분으로 회수가 가능한 '고정' 여신으로 구분한다.
중·소형 저축은행에 비해 높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대형 저축은행마저 건전성 측면에서는 평균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규모 상위 5곳(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의 손실위험도 가중여신은 올해 상반기 기준 1조59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1% 늘었다. 3년 전인 2019년 상반기에 비하면 56%나 증가한 액수다. 특히 OK저축은행 건전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됐다. OK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손실위험도 가중여신 규모는 500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6%나 늘어났다. 3년 전에 비해서는 2배 이상으로 불어난 수치다. 자산이 약 12조원인 OK저축은행은 현재 저축은행 업계 2위다. OK저축은행 측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연체차주에 대한 추심을 자제하고 감독당국의 연체채권 외부매각 제한조치 등을 준수하면서 부실채권비율이 높아진 것"이라며 "업계 최대 규모로 충당금을 확보하고 있어 경영상 문제가 없고 내년부터 연체채권 외부매각이 허용되면 이 비율은 대폭 낮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약 116조47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87조7200억원에서 33% 증가했다. 여신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88조1300억원에서 114조5400억원으로 30% 늘었다. 저축은행은 예대율 100% 규정으로 인해 늘어나는 수신잔액만큼 대출도 많이 해줄 수 있다. 수신잔액은 2019년 상반기에 비해 거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대출 여력이 커진 저축은행은 비교적 리스크가 높은 차주에게까지 대출을 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자산과 여신잔액이 증가함에 따라 손실위험도 가중여신도 자연히 늘어나는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취급 여신 규모가 커지면 부실채권이 늘어나게 된다"며 "총여신이 더욱 빠르게 늘었기 때문에 총여신 중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져보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축은행 업계 총여신 중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3.34%로, 지난해 상반기 3.62%에 비해 다소 낮아졌다. 3년 전인 2019년 상반기 5.05%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줄었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총여신 규모는 약 114조52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0% 늘었지만, 같은 기간 부실채권은 20% 늘어났다.
부실채권이 늘고 있지만 저축은행 중에서는 부실채권 규모에 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지 않은 곳도 포착된다. 상호저축은행법 감독규정에 따라 저축은행은 추정손실 여신 잔액의 100%, 회수의문 잔액의 50~55%, 고정 잔액의 20%를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대형사들은 법정 비율보다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기도 하지
전문가들은 잠재적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법정 비율보다 더 많이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향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차주 부담이 증가할 수도 있어 법정 적립 비율에 딱 맞게 쌓으면 잠재적 부실에 취약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지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