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기준) 뉴욕증시 4대 대표주가지수가 동반 상승했습니다.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각각 2.65%, 1.86% 올라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와 '중소형주 중심' 러셀2000 지수는 각각 3.43%, 3.17% 올라 상승폭이 더 두드러졌습니다. 반도체 대장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28% 상승 마감했습니다.
반면 월가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2.03% 떨어져 31.37을 기록했습니다. VIX가 아직 30을 넘기고 있다는 점에서 이날 오름세를 대세적 반등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날 시장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주요 배경을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기업 호실적·긍정적 전망·달러화 일시적 하락)로 꼽습니다. 다만 아직 다른 기업들 실적 발표가 진행 중이고, 경제와 증시를 둘러싼 전망도 실제로는 엇갈리는 데다 미국 달러화 역시 하루 단위로는 하락 마감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초강세라는 점을 감안해 투자 전략을 신중하게 가져가야할 시점입니다.
우선 이날은 뱅크오브아메리카(BAC 6.06%)가 호실적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BAC는 최근 시중 금리 인상에 따라 순이자이익(NII)이 증가한 덕에 3분기 매출액(총 246억1000만달러)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6% 늘었고 시장 전문가 예상치(235억7000만달러)도 웃돌았습니다. 주식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1년 전보다 줄었지만 채권 트레이딩 수익이 늘어난 영향도 있습니다. 주당순이익(EPS, 0.81달러)의 경우, 경기 침체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바람에 1년 전보다 4.7% 줄었지만 그래도 시장 예상치(0.77달러)는 넘겼습니다. 은행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2.06%)도 직전 분기인 2분기(1.86%)보다 늘었습니다. 지난 8월 말 지면 기사를 통해 금리 상승기에 은행주를 매수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고 은행주에 투자하더라도 사업 특성을 본 후 매수 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최근 월가 은행들 실적을 보면 실제로 희비가 엇갈립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시티그룹이 월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낸 반면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은 기류가 조금 달라서 올해 연중 주가 수익률 차이가 눈에 띕니다.
기술주 주가도 급등했는데요. 대표적인 게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업체 로블록스(RBLX 19.86%)와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TSLA 7.01%) 입니다. 이날 로블록스는 올해 9월 기준 일일 활성 사용자(5780만 명)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고 이에 따라 사용 시간도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9월 추정 '부킹' 금액도 2억1200만~2억1900만 달러인데 이는 작년 9월보다 11~15% 늘어난 액수입니다. '부킹'은 분기 매출에 더해 해당 회계 기간에 인식하지 않은 '이연 매출'을 더한 것입니다. 한편 로블록스는 달러화 강세가 연간 매출 성장세를 6% 위축시켰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시장 한편에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전문가 전망이 나왔습니다. 우선 물가와 관련해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6개월 안에 미국 인플레이션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연준이 올 겨울 연방기금금리(미국판 기준금리)를 4.50% 혹은 4.75%로 올리는 선으로 인상 작업을 멈춘 후 경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증시와 관련해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 불 트랩이 생긴다면 S&P 500 지수가 4000까지 반등할 수 있으며 200일 이동 평균선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불 트랩이란 약세장에서 일어나는 일시적 반등을 말합니다. 다만 윌슨 CIO는 200일 이동평균선 움직임에 따라 해당 지수가 3000~320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지적했습니다. 또 UBS의 마크 해펠레 CIO는 "성장 리스크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주식 가격이 여전히 채권에 비해 비싼 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바클레이즈 투자은행은 뉴욕 증시에 경기 침체 위험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올해 말 S&P 500 지수 전망치로 3200을 제시했습니다.
미국 경제 침체 압박과 관련해 현지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오는 12개월 안에 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 전문가가 63%로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직전 조사 시점인 7월(49%)보다 눈에 띄게 증가한 셈입니다.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도 연율 기준 1분기에 0.2%, 2분기에 0.1% 후퇴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응답자들의 평균 예상치입니다.
한편 이날 채권 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수익률 등락이 엇갈렸습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직전 거래일보다 3bp(=0.03%포인트) 떨어진 4.45% 에 마감했습니다. 시중 장기 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bp 오른 4.02% 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같은 날 외환시장에서는 이날 오후 5시 31분 기준으로 달러 인덱스가 1.09% 하락한 112.08를 기록했습니다. 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줍니다.
상품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약보합으로 마감했습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물은 전날보다 0.18% 떨어져 1배럴 당 85.46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브렌트유 12월물은 0.01% 하락한 91.62달러에 마감했습니다.
[뉴욕 = 김인오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