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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이달에도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금리가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나타나는 현상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증안펀드에 이어 채안펀드까지 조성되면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은 모두 내놓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채안펀드 가동에 들어가면 채권시장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불안이 감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8년 10조원 규모로 조성된 채안펀드는 회사채 수요가 경색될 때마다 사용된 후 2020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기존보다 10조원 늘린 20조원 규모로 다시 조성된 바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총 3조원가량을 모집한 후 투자를 집행했고 현재 1조6000억원가량이 남아 있다.
실제로 채안펀드가 가동되면 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적인 자금 모집이 필요하면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은행·증권사들이 추가 출자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채안펀드는 기본적으로 우량 회사채를 지원 대상으로 삼게 될 전망이지만 구체적인 대상은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당국이 채안펀드 재가동까지 검토하는 것은 투자심리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강원도가 빚 보증 의무 이행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등으로 투자기관 사이의 불안 심리가 더욱 커진 분위기도 반영됐다.
이미 시장에서는 채권 발행 규모가 급감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회사채 발행 규모는 8190억원에 그쳤다. 1년 전 2조9535억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국고채 3년물과의 금리 차이를 뜻하는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 역시 커지고 있다.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투자를 꺼리는 심리가 커지면서 회사채에 대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14일 기준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 AA-등급 3년물 금리는 각각 4.207%, 5.320%다. 9월 말만 하더라도 1.094%포인트였던 신용 스프레드가 1.113%포인트까지 넓어진 셈이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팔리지 않는 상품도 늘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9월 수요예측을 진행한 회사채 중 AA등급 이상은 1건, A등급은 6건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전체 발행금액 중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비율을 뜻하는 미매각률은 한 달 전인 9월의 경우 0.2%에 불과하던 것이 20.5%까지 치솟았다.
채안펀드 조성 검토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실제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추가적인 자금 확보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김명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