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기 줄도산 위기 ◆
"자금 대출을 문의해 오는 중소기업들 중 당장 돈을 빌리지 않으면 경영이 어려울 정도로 곤란한 사정의 기업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갚을 능력이 확실한 대기업 대출이 많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과도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 환율 상승 여파로 한계기업으로 몰리는 중소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 속에서 A은행 관계자는 16일 은행들은 최근 자사의 위험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기업 대출을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중소기업으로선 갈수록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일이 어려워지면 회사의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이는 올 상반기까지 국내 주요 은행들이 한계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늘려왔던 것이 반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올 상반기 대출 현황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중소기업 중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에 빌려준 금액은 지난해 말 21조6000억원에서 반년 만에 1조7000억원 늘어난 23조3000억원이었다. 한계기업은 2019년부터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았던 기업이다.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감당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최근 금리·환율 등 거시지표 악화로 금융권은 이 같은 한계기업에서 부실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영세 규모 소기업들부터 부실 위험에 더 빨리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최근 신한카드에서 제공하는 사업자의 분기별 매출액 등을 근거로 분석·발표한 '금리 인상에 따른 부실 소상공인 추정과 시사점'에 따르면 2017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5년 동안 1분기에 부실(이자보상배율 1 미만)이 한 번 이상 발생한 사업자는 24만9342개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신한카드 개인사업자 가맹점(63만2011개사) 중 39.5%를 차지한다.
금융권에서는 내년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B은행 관계자는 "한계기업은 이전부터 리스크를 관리하고 충당금을 쌓아왔기에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대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이 내년까지 지속돼 한계기업뿐 아니라 정상적인 중소기업까지 어려워지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는 "최근 증가한 기업 대출은 대부분 시설 확충 등이 아닌 영업과 직접 연관된 운전자금"이라면서 "바로바로 매출이 발생해 자금이 회수될 수 있는지를 보면서 진행되는 대출이기에 기업 대출 증가가 금융 리스크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환율과 금리 등에서 돌발적인 이슈가 생긴다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할 때 한국 대표 기업들
[채종원 기자 / 서정원 기자 / 최근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