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글로벌 긴축 공포로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주요 해외주식형 펀드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브라질 펀드만 '나홀로 강세'를 보여 이목이 집중된다.
1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주식형 펀드는 지난 1년 새 16.2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17.78%로, 북미(-10.83%), 중국(-26.43%), 유럽(-13.68%) 등 주요 지역 펀드 수익률이 모두 지지부진한 가운데 홀로 강세를 보인 것이다. 기간을 최근 3개월로 좁혀봐도 수익률이 25.32%에 달해 권역별 해외주식형 펀드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일주일 사이에는 11.06% 상승해 인버스 상품을 제외하고 펀드 전체 수익률 최상위권에 자리했다.
1년 새 30%가 넘는 수익을 낸 브라질 펀드도 있다. '교보악사파워브라질펀드'는 1년 수익률이 32.55%에 이른다.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브라질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MSCI 브라질지수를 비교지수로 추종한다. 지난 7월말 기준 투자 비중이 높은 종목은 아이쉐어즈 MSCI 브라질 상장지수펀드(ETF)(23.89%), 광산기업 발레(5.67%),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5.29%) 등이다. 원자재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비슷한 종목 구성의 다른 펀드인 '멀티에셋삼바브라질펀드'도 29.14%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브라질 펀드는 환노출 상품이 많은 만큼 환율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는 올해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대비로는 24% 이상의 강세를 기록했다. 전병화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헤알화 강세는 높은 실질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무역수지 수혜가 원인"이라며 "이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으로 헤알화 가치는 안정적인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과 더불어 브라질 증시도 올해 선전하는 모습이다. 증시 강세는 주요 수출품목인 원자재 가격 강세의 영향이 컸다. 올 들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9.43%, 천연가스 선물은 77% 상승했다. 곡물값 상승세도 한몫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가뭄 등의 이유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밀·옥수수·대두값이 오르면서다. 지난 11일 옥수수 선물 12월물은 전일 대비 2.2% 상승해 부셸당 6.9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 21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대두 선물 11월물 역시 0.5%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대응 전략도 주효했다. 브라질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12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박민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물가상승률을 한참 넘어서면서 성장에 부담이 심화됐었다"며 "다만 공격적인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둔화로 이어졌다"고 발 빠른 대응이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치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된 것도 브라질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1차투표에서 보수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예상외로 선전하면서 브라질 증시 보베스파지수는 하루만에 4.5% 급등했다. 국영은행과 국영 석유회사인 방코 도 브라질(7.8%),
또 다른 원자재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는 상품도 성과가 눈에 띈다. 지난 1년 새 'KINDEX 인도네시아MSCI' ETF는 19.99% 상승했다. 펀드 중에선 'NH아문디 인도네시아 포커스펀드'의 성과가 17.34%로 높았다.
[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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