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영향에 따른 전세대출 부담에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전세보증금으로 자신의 대출금 원금을 상쇄하려는 집주인들의 마음이 급해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집주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쓴 글이 화제다.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충남 천안의 전용 84㎡ 아파트의 전세 계약을 하면 정품 샤넬 백을 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전세 보증금은 4억5000만원, 입주는 12월 말 가능하다는 조건이다. 해당 글에는 정품 박스와 가방 사진도 첨부했는데 샤넬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그가 제시한 가방의 정가는 1335만원으로 중고 제품도 10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이 아파트 해당 평형 전세보증금은 2년 전(2020년 말~2021년 초) 최고 4억90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당시 시세 수준의 전셋값을 받기 어려워지고 전세 매물도 늘자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명품백을 내건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9건)보다 3배(27건)로 늘었다.
실제 전국 아파트 전셋값(9월 26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자료)이 일주일 전보다 0.21% 하락했다. 2012년 5월 둘째 주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올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 누적 변동률(주간 조사 누적 기준)은 -1.46%다. 아실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전세 매물은 17만472건으로 1년 전(8만4560건)의 2배(101.6%) 이상 급증했다.
2020년 8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시행 이후 2년 전 전셋값이 크게 올랐을 때 계약한 집주인들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높은 전셋값을 지렛대 삼아 갭 투자(전·월세를 끼고 매매)한 집주인들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거래 절벽에 집값마저 내려가면서 집을 팔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셋값이 내리면서 세입자에게 오히려 보증금의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
전셋값 하락에 집값까지 내리면서 계약 만료 시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깡통 전세' 위험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입주 물량이 집중된 인천 서구, 수원 영통구 등의 지역에선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도 늘고 있다.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은 지난 4월 50.1%로 처음으로 전세 거래량을 추월한 뒤 8월 52.9%로 확대됐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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