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위기 징후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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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외국인은 국내 주식·채권 등 증권을 사들이는 데 17억1000만달러를 썼다. 7월(37억달러)에 이어 두 달째 순유입이 이어졌지만 유입 규모는 반 토막 났다. 8월 외국인 채권자금이 13억1000만달러 빠져나가며 2020년 12월 이후 20개월 만에 순유출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은 국고채·회사채를 비롯해 채권 737억5000만달러어치를 사상 최대 규모로 사들였다. 종전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2007년(576억9000만달러)보다도 28%나 더 많은 물량을 쓸어담은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까지 국내 경제 기초여건이 양호했고 금리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아 미국과 유럽연합(EU) 투자자 위주로 채권 매입 증가폭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오는 11월과 12월 두 차례 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잇달아 금리를 올리면 연내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 3.0~3.25%에서 4% 선까지 뛰어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올해 두 차례(10월과 11월) 남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모두 빅 스텝(한 번에 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는다고 해도 한국 기준금리는 현재 2.5%에서 3.5%로 올라가는 데 그쳐 미국과 금리 격차가 유지된다.
올 들어 잇단 외국인 투매에 시달렸던 증시에 이어 채권시장에서까지 외국인이 이탈하는 흐름이 강해지면 금융시장에 충격이 가중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외국인은 올 1분기 국내 채권을 147억5380만달러어치 매입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나 급감한 것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김정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