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는 1922년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 손해보험사다. 가장 오래된 회사지만 업계에서는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뒤 17년간 시가총액은 20배 이상 뛰었고 자산은 약 10배 성장했다. 만년 5위에 머물던 이 회사는 최근 몇 년 새 '역주행'을 거듭하며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 김용범 부회장 |
이 회사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김 부회장 취임 직후인 2015년 말 11.9%에서 2021년 말 24.7%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최근 성장이 정체돼 있는 보험업계에서 ROE 한 자릿수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김 부회장은 평소 "기업의 크기는 자본이 아니라 구성원 생각의 크기에 달려 있다. 직원들에게 '거대한 욕망'을 심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좋은 사람을 모으고, 더 높은 목표를 보여주며, 성과에 철저하게 보상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김 부회장은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하다. '야수성 회복' '극한의 비용 절감' '빛의 속도' 등도 그가 자주 쓰는 말이다.
지난 7월에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3년 후 트리플 크라운 달성'을 언급하며 업계 1위라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이 목표가 허황된 것만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김 부회장이 취임 이후 3년마다 중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며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부임 첫해에 천명한 당기순이익 기준 업계 3위가 되겠다는 '33플랜'과 2021년까지 업계 2위를 달성하겠다는 '넥스트 33플랜'이 현실이 됐고, 직원들은 지금도 업계 1위를 목표로 사업 부문별 달성 계획을 만들고 있다.
보험업 본질에 집중해 고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도 눈에 띈다. 요즘 업계는 '보험업 자체만으로는 성장이 어렵다'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등 신사업 진출과 해외 시장 개척 등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디지털로 보험상품 개발부터 관리까지 전 과정을 혁신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쪽으로 전력 질주하기로 했다.
고객 만족도 또한 높은 편이다.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OO)가 주관하는 회의체를 운영하며 고객 불만사항을 개선하고, 매년 자체 미스터리 쇼핑으로 판매 과정을 점검해 미흡한 항목을 손본다. 지난해 말 이 회사의 불완전판매율은 0.02%를 기록했다.
내년에는 혁신의 고삐를 더욱 조일 방침이다. 목표는 '세상에 없던 보험사'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보험업 기반 자체가 약해지고 있고, 유례없는 3고 현상으로 자산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IFRS17 등 새로운 회계제도가 시행돼 모든 보험사가 이에 맞춰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대내외 경제 환경이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지만 메리츠화재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해왔고, 조직 개편과 성과주의도 완전히 정착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설계사도 임원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처음 나온 곳이 메리츠화재다. 다른 보험사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여기에서는 가능하다"며 "누구나 성과만 있다면 성별·나이·학력
[신찬옥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