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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뉴욕증시 대표 주가지수가 2%를 넘나드는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2.11%, 1.54% 떨어졌습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와 '중소형주 중심' 러셀 2000 지수는 낙폭이 더 커서 각각 2.84%, 2.35% 하락했습니다. 반도체 대장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29% 하락했습니다.
한편 '월가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여전히 30을 웃돌고 있습니다. 이날 VIX 는 5.57% 올라 31.86 을 기록했습니다.
하루 하루 증시 급등락에 대해 특별한 이유를 찾는 것보다는 두 가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투자 심리가 불안정하다는 점입니다. 전날 뉴욕증시가 일제히 반등했을 때 '영국 중앙은행이 금융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데 따른 안도감이 매수세로 이어졌다'는 해설이 많았습니다. 다만 29일에는 독일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0% 올라 유로화 도입(1999년)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뉴욕증시 매도세가 커졌는데요. 하루 단위 데이터에 매매 포지션이 정 반대로 움직일 정도로 투자 심리가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경제 강국 독일 소비 물가가 내년 초에는 12%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유로존 중앙은행'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 달 또 기준 금리를 한 번에 75bp(=0.75%p) 올릴 수 있으며 전반적인 고강도 긴축 기조 속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오는 11월 회의에서 또 기준금리를 대폭 올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불거진 상황입니다.
둘째 기업 실적 하향 가능성이 짙다는 점입니다. 전세계 시가 총액 1위인 애플의 경우 전날부터 주가가 떨어졌는데 낙폭이 더 커지면서 29일 하루에만 4.91% 떨어졌습니다. 신형 아이폰 14 수요가 생각보다 저조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애플이 생산량 조정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나온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애플 투자의견(매수→중립)과 목표주가(1주당 185→160달러)를 하향했습니다. 세계 경제 침체 압박 속에 애플이 가이던스(미래 매출 목표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다만 기업들이 10월 실적 시즌에 회사 가이던스를 낮출 가능성은 애플만의 사정은 아닙니다. 파이퍼샌들러 증권은 테슬라 목표주가를 기존 360달러에서 340달러로 하향했는데 이는 회사 3분기 전기차 인도 실적 발표를 앞둔 시점입니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6.81% 급락했습니다. 한편 아마존은 배송 직원들 시간당 급여를 인상할 것이며 이에 따라 비용이 10억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주가가 2.72% 떨어졌습니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다시 올랐습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하루 만에 9 bp 오른 4.16% ,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 bp 올라 3.76% 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한편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인덱스가 약 0.6% 떨어져 111.90 선에서 거래됐습니다. 달러 인덱스는 6개 주요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데, 하루 새 떨어지기는 했지만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월가 전망입니다.
달러 강세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해외 소비자들이 환율 때문에 돈을 더 주고 미국산 수입품을 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해외에 지점을 둔 글로벌 업체들은 달러화로 환산한 해외 매출이 환율 변동분만큼 더 적게 표시될 수 있는데요.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달러가 10% 오른 시기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평균적으로 0.4%p 떨어졌습니다.
[뉴욕 = 김인오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