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물가도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크게 올랐는데 달러까지 비싸지니 감당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비행기표를 취소하려니 환불이 어렵다는 얘기만 돌아왔다. 박씨는 "달러가 비싸지니 환전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며 "지인이 달러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해서 알아보고 있는데, 그런 돈이라도 아껴야 할 것 같다"고 29일 말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개인 간 달러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종식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해외여행 수요는 폭발하고 있는데 달러값이 폭등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거래가 아니라면 개인들끼리 외국 돈을 거래하는 것은 합법이다. 환전수수료 등을 아낄 수 있어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들어 당근마켓, 중고나라와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달러를 구매한다는 게시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달러를 중고로 거래한다는 게시 글은 135개에 그쳤는데, 올해는 이미 지난 28일까지 382개에 달했다. 당근마켓은 지역별로 거래를 제한하는 특성상 전국적인 현황을 알기 어렵지만, 서울 지역에선 시간 단위로 달러를 구입한다는 게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 박 모씨(27)는 "하와이로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환전을 미루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비행기표 취소 수수료를 물더라도 그나마 사정이 나은 유럽으로 여행지를 바꿀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부분 인터넷 고시 환율로 거래한다. 소액이지만 환전수수료율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웃돈을 얹어주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 환전수수료율은 1.75% 수준이다. 환율을 기준으로 환전수수료가 붙게 되는데, 개인 간 거래 시 수수료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해외여행 수요로 달러 외에도 유로화·대만·베트남·홍콩·호주 등 다양한 지폐를 사고파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환 거래 규정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 개인 간 외화 거래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경우 5000달러까지 별도 신고 없이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선 규정을 넘지 않는 소액 거래가 대부분"이라면서도 "5000달러 이상 대량 거래하겠다는 사례도 있는데, 이는 신고 사항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러 중고거래 수요가 늘자 이를 악용하는 사기가 속출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영업자 송 모씨(32)는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시세보다 달러당 30원가량 저렴하게 팔겠다는 판매자를 찾아 연락했지만 그는 택배 거래를 약속한 뒤 잠적하고 말았다. 가족을 만나러 미국에 가면서 중고거래로 달러를 사려던 그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송씨는 "괜히 수수료 4만~5만원을 아끼려고 중고 사이트에서 거래하려다 250만원만 날렸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달러 거래와 관련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한상헌 기자 / 박나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