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 되어온 '재건축부담금 제도'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이 경우 현재 예정 부담금을 통보받은 84개 재건축 단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8곳은 부담금을 면제받게 된다.
29일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부담금 면제기준을 초과이익 3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상향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재건축에 따른 과도한 초과이익은 환수하되, 도심 내 주택공급이 원활해지도록 시장여건의 변화, 부담능력 등을 고려해 부담금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재건축부담금은 공사 완료시점인 '준공시 집값'에서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 당시의 집값'과 그 사이의 '집값 상승분', 그리고 '개발비용'을 더한 숫자를 뺀 '재건축초과이익'을 구한 다음 초과이익 규모에 따라 10~50%의 부과율을 곱해 계산한다.
개정안은 먼저 재건축부담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급등한 집값 등 시장변화를 반영해 부과기준을 현실화한다. 현재는 재건축 초과이익이 3000만원 이하일 때만 부담금을 면제해주고 있지만 이 기준을 1억원 이하로 상향한다. 또한 부과율이 달라지는 부과구간도 기존 2000만원 단위에서 7000만원 단위로 확대한다.
두번째로 부과 개시시점을 조정한다. 현재 초과이익 산정을 개시하는 시점은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이다. 하지만 정비사업의 권리 및 의무가 주어지는 실질적 사업주체는 추진위원회가 아니라 재건축조합이다. 또한 추후 부담금을 납부하게 되는 주체도 추진위원회가 아닌 조합이다. 때문에 개정안은 초과이익 산정 개시시점을 조합설립 인가일로 조정키로 했다. 추진위 구성에서 조합설립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정안이 시행되면 초과이익 규모가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세번째로 재건축 조합이 공공주택 등을 공급하면 이를 초과이익에서 감면해주기로 했다. 현재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공공임대주택을 짓거나 공공분양을 하는 경우 용적률 상향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주택들을 공공에 매각한 대금이 초과이익에 산입되기 때문에 공공주택을 많이 지으면 재건축부담금이 커지는 모순이 발생했다. 따라서 개정안은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 주택을 매각한 대금은 부담금 산정시 초과이익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로인해 재건축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이 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1주택 장기보유자들은 부담금을 적게 낼 수 있도록 한 제도를 신설했다. 현재 시행중인 제도는 주택보유기간이나 구입 목적 등에 관계없이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부담금을 부과한다. 이렇게되니 집을 사 오래 거주한 1주택자들은 "수십년전 집값이 이리 오를줄 예상하고 산 것도 아니고 집 한채가 전 재산인데 수억원의 부담금을 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발했다. 이에 국토부는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준공시점부터 역산해 해당 주택을 6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부담금을 10% 감면하고, 10년 이상 보유자는 최대 50%까지 감면할 계획이다.
또 경제적 여력이나 종부세 규정 등을 고려해 1세대 1주택자 가운데 만 60세 이상인 경우는 담보 제공을 조건으로 상속·증여·양도 등 해당 주택을 처분할때까지 부담금 납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국토부가 예정 부담금이 통보된 전국의 재건축단지 84곳을 대상으로 바뀐 부과기준과 개시시점을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38곳은 부담금이 면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은 32개 단지중 21곳이 면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84곳중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이 1000만원을 넘지않는 곳의 수가 기존 30곳에서 새 개정안 적용시 62곳으로 증가했다. 1인당 부담금이 1억원을 넘는 단지도 19곳에서 5곳으로 감소됐다.
또 국토부는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에게 주어지는 감면혜택으로 실수요자 부담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를들어 예정 부담금 1억원을 통보받았던 단지는 부과기준 현실화에 따라 7000만원 줄어든 3000만원이 되고, 여기에 1세대 1주택 장기보유로 최대 50%의 감면 혜택까지 받을 경우 부담금은 1500만원으로 더욱 줄어든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개선방안은 그간 관련 전문가, 지자체 등과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라며 "과도한 재건축부담금 규제가 합리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예정 부담금을 통보받은 84개 단지 중의 5곳은 이미 준공돼 입주도 이루어진 상태다. 원래 관련 법령에 따라 지자체장은 준공일로부터 5개월 이내에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지자체장들은 주민 반발에 따른 부담과 법률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과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초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과 조치를 통해 법 시행 이후 부담금을 부과하는 단지부터 개정안을 적용하게 되면 준공은 했지만 부담금을 아직 부과하지 않은 사
문제는 이번 개정안은 법률 개정사항이라 반드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부동산 대책 가운데 대표적인게 재건축부담금 제도인데 이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개정안을 야당이 순순히 통과시켜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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