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전면 유리벽에 급매물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 = 김호영 기자] |
23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가 누증된 상황에서 가계 자산의 대부분(86%)을 차지하는 실물 자산 가격이 빠르게 조정될 경우 모든 소득 계층에서 자산을 통한 부채 대응 능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이 6월 말 수준에서 20% 떨어지는 것을 가정한 분석 결과,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부채 대비 총자산 배율은 4.5배에서 3.5배로 낮아졌다.
부채 대비 순자산 비율도 3.5배에서 2.7배로 하락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률 20%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오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집값이 20% 조정되면 고위험 가구의 비율도 3.2%포인트에서 4.3%포인트로 증가했다. 고위험 가구의 순부채(부채 상환을 위해 자산 전부를 매각해도 갚지 못하는 부채) 규모도 소득 5분위(상위 20%)에서 2배 가까이(1.9배)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 자산의 86%를 차지하는 실물자산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면 모든 계층에서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는 대응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위험 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넘는 가구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또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808%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자(0.762%포인트)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취약차주는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인 동시에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대출자를 뜻한다.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994조2000억원으로 1000조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1.0%포인트 인상되면 청년층 과다차입자(대출금 5억원 이상 보유)의 대출 연체율도 1.423%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 폭(0.352%포인트)의 4배 수준으로, 영끌·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청년층의 연체율이 훨씬 더 가파르게 뛰는 셈이다. 아울러 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면 가계 이자수지(이자 수입에서 이자 비용을 뺀 것)의 적자 규모는 가구당 50만2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오른 것을 감안하면 이 기간 영세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3%포인트 이상, 청년층 과다차입자의 연체율은 2.5%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의 부채 축소를 유도하는 동시에 자산 포트폴리오의 실물자산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을 정책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소득계층 간 부채 조달 규모 격차가 부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문제를 고려해 DSR 규제를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시스템 불안 정도를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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