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3연속 자이언트스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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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화값이 빠른 속도로 떨어진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 유로·위안화 약세, 달러 투기 수요, 한국 무역수지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 선이 무너지면서 단기적으로 1450원까지 하방이 열려 있고, 달러당 원화값이 연내 1500원을 찍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사상 초유의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강경한 긴축정책으로 올 4분기 외환시장이 더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연준이 연말 금리 전망을 4.4%로 상향하며 긴축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유로·위안화 등이 강달러를 저지할 대안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달러당 원화값 1400원 선이 무너지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도 "반도체 수출이 약화되고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며 원화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단기적으로 1450원 안팎까지 원화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이 '금융위기'를 우려할 만큼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달러 유동성 확보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으로 중장기, 단기를 가리지 않고 외화 차입이 막히며 국내 은행들이 심각한 외화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획재정부는 당시 외국환평형기금을 통해 외환스왑 시장에 100억달러 이상의 달러를 공급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민 연구원은 "금융위기 때에는 신용경색이 발생해 조달시장에서 달러를 아예 구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현물환이 투기적 수요에 나 홀로 상승하지만 달러 유동성 위기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외환 전문가도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지금은 달러 유동성 확보에 문제가 없다. 시장 상황도 '비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최근 시장 불안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에 강경 대응하는 연준 정책이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보는 게 맞는다"고 했다.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불안하기는 하지만, 대처할 수 없는 위기는 아니라는 의미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달러당 원화값은 1999원까지 떨어졌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는 1597원을 찍은 바 있다. 1400원 선 붕괴가 이미 '오버슈팅'이라며 연말 1500원까지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 경제주체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 체감하는 고통은 금융위기 때보다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997년 12월 무역수지는 22억1200만달러 흑자, 2009년 3월 금융위기 때에도 39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 9월(1~20일) 무역수지는 41억500만달러 적자다. 한미 간 금리 역전도 주요 변수다. 2008년에는 미국이 제로금리였던 반면, 지금은 연 3~3.25%로 한국보다 0.5~0.75%포인트나 높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빅스텝)을 시사했지만, 연내 미국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 4.4%를 넘어서기는 여러모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환율 방어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추 부총리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단기간 내 변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면서 "과거 경제·금융위기 시 정책 대응 경험을 토대로 활용 가능한 정책수단들을 신속히 가동할 수 있도록 종합·체계화하고 필요하면 분야별·단계별 시장안정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달러당 원화값은 한동안 1400~143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환 전문가는 "불확실성이 커서 어느 때보다 원화값 전망이 어렵지만, 당국이 1450원이
[신찬옥 기자 / 서정원 기자 / 신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