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해 채권 금리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며 각종 실수요자의 대출 이자 상환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약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도 11년 만에 최고 금리를 기록했다. 미국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이자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22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종가 기준 연 4.104%로 마감해 전일보다 25.7bp(bp는 0.01%포인트) 폭등하며 2011년 2월 9일(연 4%) 이후 약 11년7개월 만에 연 4%대를 넘어섰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발언으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인식되면서 국채 금리가 오른 것이다. 10년물 금리도 전일 대비 10.6bp 상승해 연 3.997%로 마감했다. 이에 3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넘어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종가 기준으로 3년물·10년물 금리 역전은 2008년 7월 18일 이후 14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통상 경기 침체 신호로 인식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많이 올릴 것이라는 생각이 시장에 반영돼 있어 단기 국고채 금리가 향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경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AAA등급 5년물의 채권시가평가기준수익률(민평 평균)은 22일 0.219%포인트 오른 연 4.679%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4월 이후 11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도 일제히 상승 중이다. 5대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은 한 달 전(영업일 기준, 8월 19일) 연 5.05~5.861%였지만 22일 기준 연 5.59~6.609%로 많게는 0.8%포인트 증가했다. 주요 은행 주담대 고정금리는 올해 상반기 7%를 넘어 연내 8%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당국 압박으로 은행들이 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려 5%대 중반까지 내려앉은 바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조치가 무색하게 채권 금리가 상승하며 다시 7%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미국 기준금리가 5%까지 올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최종적으로 주담대 금리가 8%를 훌쩍 넘을 가능성도 낮지 않다.
채권 금리 상승은 한 달여의 시차를 두고 은행연합회가 발표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반영돼 변동금리 상품에도 영향을 끼친다. 코픽스가 올해 두 차례나 역대 최대 증가폭 기록을 경신하며 대출 이자 부담이 가중됐는데, 기준금리와 채권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상승·유지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의 각종 수신상품 금리도 높아져
[문재용 기자 / 박동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