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이날 은행권과 제2금융권 여신 담당 임원, 협회 담당자들이 참석한 협의체 회의를 열고, 다음주 발표할 소상공인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는 만기 연장은 2025년 9월까지 3년, 상환 유예는 2023년 9월로 1년 더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에 대출 만기 연장을 해주고, 기간도 종전 6개월보다 더 늘려달라고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실 우려가 높은 대출 만기를 한 번에 3년씩이나 연장해주는 은행이 어디에 있나. 이는 다른 대출자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여야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선 상황에서 당국이 '연장은 안 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보다 강하고 길게 이어질 것이란 신호만 계속 나오고 있어 금융권 대출의 부실 우려도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당국이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으라고 압박하면서 부실 우려 대출 지원을 계속하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은 정부 지원 종료 이후를 대비해 자체적으로 연착륙 방안을 준비해놓고 있다. 코로나19 기업여신 특례운용 지원을 받은 계좌에 한해 대출을 최장 10년간 분할해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출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들어 가파른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등으로 취약 차주들이 더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지원 대책은 '조금씩 나눠서 갚는 분할상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당국이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내놓으면 부실 우려 대출을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다음주 지원 대책이 나온 후가 더 두렵다는 반응이다. 지금처럼 모든 대출을 일괄적으로 연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출자 상황에 따라 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 등을 다르게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원 조치가 연장되더라도 기존처럼 일괄 연장이 아닌 맞춤 지원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 사람은 상환 유예를 해주고, 저 사람은 얼마 동안 만기 연장을 해줄지 누가 어떻게 정하나. 현재 상환 유예 중인 대출 성격상 자영업자들이 모두 납득할 기준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 이 관계자는 "앞서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은행이 알아서 연장해주라'는 지침이 왔을 때도 기준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난감했다"고 귀띔했다.
당장 다음달 4일 시행될 새출발기금도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총 30조원 규모로 자영업자 30만~40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가 연장되면 굳이 새출발기금의 문을 두드릴 필요가 없다. 최근 새출발기금을 운영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콜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는 40대 자영업자 A씨는 "새출발기금을 신청하려면 이런저런 조건이 많더라. 기존 은행에서 만기를 연장해준다면 굳이 새출발기금을 신청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기다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예전만큼 심각하지 않은데도 부실 대출을 안고 가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엔데믹을 넘어 보복소비까지 이뤄지는 판국에 오히려 만기 연장·상환 유예 수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업계와 협의하고 있으며 방안이 확정되면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시국 동안 소상공인 대출 만기를 총 네 번 연장해줬다. 2020년 4월부터
[신찬옥 기자 /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