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맥·옥수수·대두·원당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연중 전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하면서 식품산업 관련주들의 이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강달러가 원가 인하 효과를 상쇄하는 부분이 있어 이 기업들의 실적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주가 상승 모멘텀이 생길 식품주에 미리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소맥(밀) 선물 가격은 지난 16일(현지시간) 1부쉘(약 25.4kg) 당 8.6달러로 올해 들어 전고점(3월7일)인 12.94달러 대비 34% 하락했다. 이날 옥수수 가격은 1부쉘 당 6.77달러로 연중 전고점(4월29일)인 8.14 달러 대비 17% 떨어졌다. 대두 가격도 14.56 달러로 지난 6월9일 17.69달러 대비 18%, 원당 가격은 0.18달러로 지난 4월8일 0.2달러 대비 10% 가량 내렸다.
농산물 가격의 전반적인 하락은 지난 2분기부터 불거진 복합적인 요인들이 3분기 들어 해소됐기 때문이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재개되면서 공급망 이슈가 완화되고 있고 글로벌 곡물 재고율이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경기 상황, 달러 강세 등을 복합적으로 감안하면 곡물가 단기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판단한다"고도 덧붙였다.
농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식품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오는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가격의 등락은 통상 3개월 뒤 식품기업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4분기에 효과가 온전히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크게 하락한 달러당 원화값이 농산물 가격 하락폭을 일부 상쇄했기 때문이다. 심 연구원은"최근의 달러 강세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원가 부담은 내년부터 경감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지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도 "밀, 옥수수 등 선물 가격은 지난 2분기 가장 높은 수준을 형성한 뒤 하락하고 있지만 환율 때문에 하락폭이 제한적이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달러당 평균 원화 가격은 지난 2분기 1264원에서 3분기(7월~8월 평균치) 1318원으로 4.3% 상승했다.
실적 개선은 지난 2분기 이후 제품 가격을 인상한 식품주들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꾸준히 가공식품 위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저평가 구간에 진입해 있으면서 2023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CJ제일제당과 농심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CJ제일제당은 특히 전체 매출액의 36%가 발생하는 식품 분야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심 연구원은 "2023년은 곡물가 익스포저(노출도)가 상대적으로 크고 판가 인상을 적시에 단행한 업체들의 실적 모멘텀이 부각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 CJ제일제당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 내외로 역사적 밴드 하단에 위치하고 있어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체 매출액의 17%를 차지하는 바이오 사업부문의 이익률이 하락하는 것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은 CJ제일제당의 식품 부문(가공) 영업이익률이 올해 7.6%에서 8.5%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바이오 부문에서는 13.2%에서 10.2%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익률 개선과 함께 북미지역 매출 증대가 기대되는 농심 역시 눈여겨볼 식품 기업으로 꼽힌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농심에 대해 "라면 업종은 소비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국면에 강한 업종이며 북중미 권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매출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농심의 글로벌 매출은 상반기 기준 3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2020년 상반기 5030억원, 지난해 상반기 5320억원, 지난 상반기 627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이달 들어 나타난 농산물 가격의 소폭 상승세도 전체적인 곡물가의 하향 추세를 막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3~4월 국제 농산물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급등했다가 6월 말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소맥 기준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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