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의 핵심 소재 분리막을 만드는 더블유씨피(WCP)가 공모가를 낮춰 코스닥에 상장한다. 공장 증설 자금을 빠르게 마련하기 위해서다. 연기금과 공제회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을 고려해 구주매출도 안 하기로 했다. 투자자 친화적인 공모 구조로 바꿔 상장을 완주하겠다는 포석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WCP는 지난 14~15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00대1 미만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날 오후 5시에 수요예측을 마감했는데, 2시까지 경쟁률은 50대1에도 못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회사와 주관사단은 공모가를 6만4000원으로 사실상 확정지은 상황이다. 희망 공모가 대비 최대 36% 가량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앞서 WCP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공모가 밴드를 8만~10만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참여한 기관들은 대부분 6만~6만5000원 사이의 가격을 써냈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수요예측 참여를 머뭇거렸지만, 국내 대형 연기금이 6만원 정도의 가격을 써내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한 기관투자자는 "연기금이 참여하면서 기관 투자자 모집 물량 이상의 주문을 채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냉각된 시장 상황에서 상장 가능한 정도의 주문량이 쌓였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CP는 공모가를 낮추는 동시에 구주매출도 안 하기로 했다. 투자자 친화적인 구조로 공모를 완주하기 위해서다. 당초 WCP의 모회사 더블유스코프는 운영 자금을 마련하고자 보유 주식 일부를 출회시키려 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사여서 제반 유지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주춤한 증시와 관련 업종의 부진한 주가가 흥행 실패의 배경으로 꼽힌다. 직접적인 비교기업이라 할 수 있는 SKIET의 주가 급락이 결정적이었다. 현재 SKIET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5조원 수준의 시가총액을 기록 중이다. 불과 1년 전 시총이 15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분의1 토막 가까이 난 셈이다. 동종 업체 후발 주자인 WCP의 공모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로써 WCP의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약 2조704억원으로 확정됐다. 구주매출이 사라지면서 공모 후 발행주식수(3235만42주)가 소폭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WCP가 보다 높은 몸값을 받기 위해 상장을 철회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원근 대표이사는 "공식적으로 확인드릴 수는 없지만,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아 희망한 수준의 가격은 어려워 보인다"며 "실력과 실적으로 증명하는 길
WCP는 오는 19일 증권신고서를 정정 공시하며 상세한 공모 내역을 밝힐 예정이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은 20~21일 진행된다. 청약에 참여하려면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중 최소 한 곳의 계좌를 갖고 있어야 한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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