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 4대 대표주가지수가 일제히 올랐습니다.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전날보다 1.53%, 1.19% 올랐습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와 '중소형주 중심'러셀 2000지수는 각각 2.11%, 1.95% 상승했습니다. 테슬라(3.60%)와 메타(4.37%) 등 대형 기술주가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반도체 대장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39% 상승한 반면 '뉴욕증시 공포지수' 시카고옵션거래소변동성지수(VIX)는 3.47% 떨어졌습니다. 시장 전문가와 현지 매체들은 공통적으로 연준이 오는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고강도 긴축정책)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을 시장이 선반영한 결과라고 풀이합니다.
다만 이번 주 반등이 어떤 분명한 계기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연준이 9월 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지난 달 증시가 3주 연속 하락하기 직전부터 연준 고위 인사들 발언을 통해 나왔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 달 말 잭슨 홀 미팅 연설을 통해 이미 심중을 내비쳐왔는데 이후에도 시장은 하락세를 걸었다가 이번 주 반등했을 뿐입니다.
대외적으로 보면 '세계의 공장'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 문제와 코로나19 재봉쇄 리스크 등 기존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채 오는 10월 16일 개막하는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럽 주요국은 러시아산 원유·가스 가격 상한제를 도입해 가며 유럽 에너지 숨통을 조이는 러시아와 맞서고 있지만 유럽 국가 내 이견과 인도 등 다른 나라의 비협조적인 입장 때문에 자국 내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도 일관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미국보다 경제 침체 그림자가 짙은데 유럽중앙은행(ECB)이 물가 급등세를 잡기 위해 이례적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기 때문에 침체 압박은 더 커진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섣부른 매매에 나서기보다 신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데이비드 도나비디언 CIBC자산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증시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다음 강세장이 찾아오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채권시장에서는 정책금리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전날보다 8bp(=0.08%p) 올라 3.56%에 마감했습니다. '시중 장기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전날보다 4bp(=0.04%p) 올라 3.33%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이 강하게 반영될 수록 수익률이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데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다른 금리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미리 정해둔 이자만 주는 채권보다는 금리가 더 높은 다른 금융 상품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투자자들이 채권 수요를 줄이기 때문입니다. 채권 수요가 줄면 가격도 떨어지는데, 채권 이자율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반대로 수익률은 높아집니다.
한편 에너지 시장에서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 가격이 전날보다 3.89% 올라 배럴당 86.7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브렌트유 11월물은 3.92% 올른 91.71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외환 시장에서는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전날보다 0.67% 떨어져 108.97에 마감했습니다.
[뉴욕 = 김인오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