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이 큰 고액 자산가들이 절세 혜택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저쿠폰(이자) 채권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삼성증권은 올해 1~8월 저쿠폰 채권 판매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배 늘어난 2조60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자산 규모가 30억원이 넘는 초고액 자산가들이 매수한 저쿠폰 채권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배 급증했다.
저쿠폰 채권은 발행 당시보다 현재 가격이 많이 하락한 채권 상품으로, 대체로 '제로 금리' 시절에 발행된 상품을 뜻한다. 최근 저쿠폰 채권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세금 부담이 큰 자산가들 사이에서 저쿠폰 채권이 세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채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이자와 매매차익으로 나뉜다. 이 중 이자수익은 이자소득세 부과 대상이지만 매매차익은 비과세가 적용된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들이 이자수익은 적지만 매매차익을 통해 절세 혜택을 노릴 수 있는 저쿠폰 채권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현재 저쿠폰 채권들은 발행 당시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저가에 매수한 뒤 만기까지만 기다려도 자연스레 상환 금액 대비 차익을 볼 수 있다.
삼성증권이 초고액 자산가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채권을 분석한 결과 국내 채권의 경우 표면 금리 1% 내외 국채로, 고객 평균 매수 금액은 22억원으로 나타났다. 특정 채권에는 1인당 평균 250억원의 투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해외 저쿠폰 채권은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에 더해 환차익까지 가능하다. 표면 금리 1% 미만의 미국 국채와 더불어 국내 기업의 KP물(외화표시채권) 수요가 높은 이유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최고세율 구간에 있는 투자자가 만기가 1년6개월 남은 미국 국채에 올해 초 투자해 8월 말에 매도했다면 환차익 등 효과로 약 27% 수익(세전)을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채권 투자 열풍이 지속되는 이유로는 디지털 채널을 통한 간편한
백혜진 삼성증권 SNI전략담당은 "지속적으로 국내외 양질의 채권을 적시에 공급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