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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의 지층가구. 지난 폭우로 대규모 침수사태가 발생하면서 재해에 취약한 주택과 거주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2023년 예산으로 55조9000억원을 편성했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맞춰 올해(60조1000억원) 대비 4조2000억원(7%) 줄어든다. 이 가운데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이 16조8836억원으로, 올해(22조5281억원)보다 5조6445억원(25.1%)이나 감액됐다.
지하·쪽방·고시원 등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는 가구의 주거상향에 쓰이는 매입임대와 전세임대 예산은 물론 저소득층·장애가구 등을 중심으로 공급되는 행복주택·국민임대·영구임대 예산도 많게는 약 3조원에서 적게는 약 1조원까지 무더기로 축소됐다. 노후한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에 투입하는 예산도 절반 이상 덜어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 동력은 확보했다. 분양주택 예산은 3163억원에서 1조3955억원으로, 주택매입 및 전세자금 예산도 9조5300억원에서 11조570억원으로 증액됐다. 또 도심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재정비 사업 융자 지원이 증가하고,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차이를 기금이 보전하는 이차보전지원을 신규 편성했다.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 공급에는 1조1000억원을 반영했다. 5만4000가구를 기준으로 책정됐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 예산도 증가했다. 광역간선급행버스(BRT)와 대형환승센터 설치를 위한 재원도 마련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하·반지하가구를 이주시키는 데 필수적인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며 "주거 이전 지원비는 책정해 놨으면서 막상 입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은 충분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물론 지하주택에서 지상주택으로 이주할 시 보증금을 대출해 주고 이사비를 지급하는 등 세입자 부담을 덜어 줄 계획은 존재한다. 민간주택으로 이사하는 5000가구까지 보증금 최대 5000만원, 공공임대로 이전하는 1만가구까지 최대 50만원의 무이자 융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사에 필요한 비용 40만원도 추가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반지하 세입자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지층주택이 밀집된 서울에서 지하·반지하·고시원·쪽방·옥탑 등을 제외하면 지원금에 맞춰 구할 수 있는 집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직주근접을 포기하고 전·월세가 보다 저렴한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민간주도 개발 활성화와 집값 자극 및 대출 확대로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점도 문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취약계층의 삶 전반을 돌보기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청년들에게도 내 집 마련 기회를 준다며 주택 매입을 권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부담 가능한 수준에서 공급정책을 펼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공공의 역할"이라며 "국토부의 세부 예산안이 제출되면 추가검토를 진행하고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수립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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