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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최근 맥도날드를 비롯한 국내 4대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가면서 동종업계의 이례적인 새 주인 찾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매경DB] |
31일 외식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새 주인 찾기에 고전했던 KFC는 최근 중견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PE)와 매각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KG그룹은 올해 초부터 KFC 매각을 시도했지만 원매자를 찾지 못했는데 최근 오케스트라PE가 관심을 보이면서 상황이 진전됐다.
오케스트라PE 측은 "아직 KG그룹과 협상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자문사를 선정했고 9월 중 실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피자 프랜차이즈 반올림피자샵을 인수한 오케스트라PE는 프랜차이즈와 외식사업 관련 매물을 꾸준히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맥도날드의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맥도날드에 대한 내부 실사를 마친 상태로, 이르면 9월 중 원매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맥도날드 지분은 100% 미국 맥도날드 본사가 보유 중이다. 미국 본사가 한국 마스터 프랜차이즈 권리를 파는 형태로 국내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 브랜드를 사용하면 본사에 로열티(순 매출액의 5%)를 지급하는 구조다.
맘스터치의 최대주주인 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 역시 지난 7월 BOA메릴린치를 매각 주관로 선정하고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 오는 10월 예비입찰과 본입찰을 진행하고 연내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케이엘앤파트너스가 맘스터치 인수 당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한국에프앤비홀딩스 보유 지분 79.18%로, 로열티 지급이 필요 없는 한국 토종 브랜드 특수로 경영권을 포함한 매각 추정가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맘스터치는 해외에 진출하면 오히려 로열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타 브랜드 대비 경쟁력이 높다고 본다"며 "최근 K푸드 열풍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해외 수요가 높은 상황이어서 '치킨버거의 본고장'인 미국과 동남아 시장을 타깃으로 해외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내 점포 수가 현재 1364개(올해 7월 기준)로 업계에서 가장 많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가장 먼저 매물로 나온 버거킹은 현재 M&A 시장에서 표류 중이다. 홍콩계 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최근 개선된 실적을 앞세워 버거킹의 한국·일본 사업권을 1조원 수준으로 희망했지만 가격에 부담을 느낀 원매자들이 이탈하면서 최근 매각 희망가를 7000억원 정도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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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 주 콘코드 지역에서 운영 중인 맘스터치 미국 1호점 매장. [사진 제공 = 맘스터치] |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업계가 전반적인 침체기를 겪은 것과 달리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오히려 배달·'혼밥(혼자 밥)' 트렌드에 힘입어 크게 성장했다. 딜리버리 전문 매장과 드라이브스루(DT) 매장 확대 등 비대면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다. 4개 브랜드 모두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루며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실제로 지난해 버거킹은 전년 대비 200% 늘어난 24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매출은 18.7% 늘어난 6784억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KFC는 46억원의 영업이익과 2099억원의 매출을, 맘스터치는 394억원의 영업이익과 3010억원의 매출을 보였다. 지난해 맥도날드의 국내 직영·가맹점 총 매출은 1조596억원(본사 매출 8678억원)으로 맥도날드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노브랜드 버거' 같은 가성비 버거부터 '쉐이크쉑' '고든램지 버거' '슈퍼두퍼' 등 프리미엄 버거에 이르기까지 국내 햄버거 시장의 스펙트럼이 크게 확대된 데다 원재료 가격 급등과 금리 인상, 인건비 상승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계속 호실적을 유지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즉, 외부요인에 의해서도 실적이 언제든 다시 악화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최고의 성적표를 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매각을 추진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맥도날드의 경우 미국 본사가 해외의 현지 법인을 지속적으로 매각하면서 로열티 체제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는 모양새다. 로열티는 해외법인이 적자를 내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부과돼 손실의 위험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국맥도날드는 2020년 484억원, 2021년 278억원의 영업손실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미국 본사는 2020년과 지난해 로열티로 각각 501억원과 543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윤을 챙겨갔다.
앞서 2016년 한국맥도날드 매각을 시도했을 당시에도 중국과 홍콩 맥도날드 운영권을 함께 내놨었다. 중화권 맥도날드 운영권은 미국 사모펀드 회사 칼라일이 중신(CITIC·中信)그룹에 인수됐다. 당시 한국맥도날드에도 CJ그룹, KG그룹-NHN엔터테인먼트. 칼라일-매일유업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인수 조건에 대한 견해차로 새 주인을 찾지 못했었다.
버거킹을 운영하는 어피니티는 4호 펀드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 투자자(LP)들에게 수익을 돌려주기 위해선 안정적인 투자 회수(엑시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KG그룹 역시 쌍용차 인수와 맞물려 자금 마련을 위해 비주력 자회사를 매각하는 중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KG그룹은 KT ETS와 KFC를 매각한 자금을 쌍용차 인수에 쏟아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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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 시장에 나온 햄버거 프랜차이즈 빅4. 매출액, 영업이익 등은 2021년 기준. [자료 = 금융감독원] |
다만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의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해외사업 경험이 풍부한 새 주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맘스터치는 지난 2016년에도 대만 등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한 바 있지만 노하우 부족으로 시장 안착에 실패하면서 최근까지 해외사업을 대부분 정리한 상태였다. 현재 맘스터치의 해외 매장은 미국 내 3곳뿐이고, 올해 하반기 중 태국에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의 매각 의지에도 비슷한 매물이 서로 경쟁하는 상황인 만큼 제값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나온 매물이 높은 기업가치에 잘 팔리면 나머지 매물도 이를 근거 삼아 비슷한 가치를 적용해 몸값이 함께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금리 인상 등으로 M&A 시장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원매자들이 주도하는 시장이 돼 가격을 높이는 것보다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전반적으로 외식업계가 어려웠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선방을 했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 매각을 희망할 것"이라면서도 "리오프닝을 맞았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과 같은 위기 요인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눈높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IB 업계 관계자 역시 "요즘 시장의 분위기 안에서는 비슷한 규모와 업종의 매물이 동시에 M
[송경은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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