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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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미국 주요 은행으로 구성된 'SPDR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뱅크 ETF'(KBE) 시세가 전날보다 1.41% 내린 48.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ETF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13.48% 떨어졌다. 뉴욕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ETF 트러스트'가 올 들어 15.72% 하락한 점에 비하면 낙폭이 비교적 작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변동성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은행주에 주목하더라도 종목별 특성을 감안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지난 26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준의 연례 정책포럼인 '잭슨홀미팅'에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선호하는 듯한 의지를 내비치자 시장에서 은행주가 수혜주처럼 재부각됐지만 기업마다 사업 특성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제라드 캐시디 RBC캐피털마켓 연구원은 고객 메모를 통해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성과를 낼 우량 은행이지만, 누구도 이들이 요즘 같은 금리 급등기에 큰 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두 은행보다는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씨티그룹, 리전스파이낸셜, M&T뱅크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언급했다.
투자 평가가 갈리는 기준은 은행 고객 중 개인·소규모 기업 비중이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JP모건과 함께 월가 3대 대형 투자은행(IB)으로 손꼽히며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을 주관한다. JP모건은 소매 예금·대출 사업을 하는 체이스 은행을 거느린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는 사정이 다르다. 최근 한 달간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주가는 각각 1.50% , 0.55% 올랐고, 리전스파이낸셜과 M&T뱅크 주가는 각각 2.94%, 4.24% 상승했다.
캐시디 연구원은 "대형 투자은행들은 뉴욕 증시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반등하던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호실적을 냈지만 금리 상승기에 수익이 둔화될 수 있다"며 종목을 가려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전 분기 실적을 예로 들면 모건스탠리 등은 주당순이익(EPS)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다. 연준이 올해 3월 이후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시중 돈줄을 조이자 투자 관련 수익이 부진해진 데다 증시 분위기가 가라앉아 기업들의 IPO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나 M&T뱅크 등은 개인·소규모 기업이 활발하게 이용한다는 점에서 예대마진을 노릴 수 있다. 예대마진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에 따른 이익으로, 은행의 대표 수입원이다.
이러한 가운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직전 분기 실적 발표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대출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놓는 적립금이다. 경기 침체 시 사람들이 대출 이자를 늦게 내거나 제때 상환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다. 다만 은행 입장에서는 대손충당금을 많이 적립할수록 비용이 늘어나 은행 투자 수익이 줄어든다. 팩트셋은 대손충당금 증가로 인해 올해 2분기 미국 금융사들 영업이익이 작년 2분기 대비 24%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낙폭이 26.59%로 큰 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그간 빠른 실적 개선 추세뿐만 아니라 미국 내 예금 점유율이 15%를 넘는다는 점에 주목해 상승세를 기대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대형 은행이지만, 미국 전역 내 예금 점유율이 15.1%에 육박하는 등 소매금융 비중이 높은 데다 회사 전체 순수익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88~90%에 달해 해외 변수 압박을 덜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전국 단위라면 M&T뱅크는 뉴욕 지역에 기반해 개인 은행·온라인 서비스에 주력한다. M&T뱅크는 지난 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은행 업무 외에 신탁, 투자, 현금 관리, 증권, 뮤추얼펀드, 연금 등 종합적으로 서비스를 한다.
다만 은행주는 큰 수익을 낸다는 공세적 시각보다 손실 최소화라는 방어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행 수입 중 대표적인 것이 예대마진인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 은행들이 초과 저축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초과 저축 상태는 은행이 고객 예금금리를 올려줄 유인이 작다는 의미도 되지만, 저축이 많아 대출 수요도 그만큼 적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 데이비드 콘라트 키프브루엣앤드우즈 주식리서치 매니저는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더라도 2~3분기에 걸쳐 천천히 오르는 경향이 있다"면서 연준의 긴축 효과가 은행 사업에 영향을 주는 데 시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