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잭슨홀 후폭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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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달러당 원화값은 19.1원 하락한 1350.4원으로 마감했다. 원화값이 135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약 13년4개월 만이다. 이날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자, 안전자산인 달러 매수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국의 통화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장기간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1300원대에서 장기간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영업일 종가(1331.3원) 대비 19.1원 하락한 1350.4원으로 마감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1350원 아래로 하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8일(종가 1356.8원) 이후 약 13년4개월 만이다.
외환시장은 파월 의장의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회의)' 연설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쉬어 갈 지점이 아니다"며 "가계와 기업의 고통이 수반돼도 물가 안정을 위해 당분간 제한적인 정책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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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는 지난주 중국 외환당국이 위안화 약세에 제동을 걸며 반등했지만 이날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를 절하해 고시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값을 전 거래일 대비 0.0212위안(0.31%) 내린 6.8698위안에 고시했다. 이는 2020년 8월 28일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치다. 외환시장에서는 2년 만에 6.9위안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대만달러값과 싱가포르달러값 역시 장중 각각 0.74%, 0.48% 빠진 채 거래됐다.
원화값 하락은 국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원화가치 절하 압력이 된다"며 "원화 평가절하는 한국 물가 상승률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우리나라 인플레이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은 33%에 달한다. 산업연구원은 "2022년 1~6월 평균 수입물가 상승에서 약 3분의 1이 환율 상승(원화값 하락)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원화 약세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 매수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국내 상장주식 24조9300억원어치를 판 데 이어 올해 7월까지 19조6590억원을 순매도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외환시장의 수급적 측면에서 여전히 네고 물량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며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 보유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이 같은 추세가 바뀌지 않으면 원화값이 반등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당 원화값 1차 저점은 1370원까지 열어둬야 하고, 중국과 유럽의 악재가 겹칠 경우 그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는 원화값 약세는 강달러 현상으로 인한 결과인 만큼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외적인 국제기구, 주요 국가의 여러 채널을 긴밀하게 작동시키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이복현 금감원장은 긴급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국내 금융회사가 보유한 해외 국채 등을 활용해 민간 차원의 외화조달이 용이하게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 김덕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