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시장 대토론회 ◆
25일 열린 '2022 매경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토론회'의 2부 주제인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관련 패널로 출연한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국의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 우선적으로 구비돼야 한다"며 "투자자 보호 입법이 미비한 채로 가계의 위험자산(금융투자자산) 비중이 높아지기 어렵고,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한국 증시가 장기 투자 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투기성을 띠게 된 사유도 투자자 보호 조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허용되는 주주권리 침탈 행위들이 국내 시장에선 비일비재하다"며 "물적분할 후 모자회사 동시 상장, 합병비율 기준시가 왜곡, 자사주 백기사 처분, 대주주의 프리미엄 가격에 경영권 매각 등 다른 선진 자본시장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지목한 이슈는 바로 물적분할이다. 물적분할은 해당 기업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돼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불만이 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연평균 물적분할은 전체 상장사 분할에서 비중이 78%였는데 최근 5년간 86%로 늘었다.
개인투자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규제 흐름에 기업의 자율성·효율성이 침해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자본시장에서는 투자자와 더불어 자금 조달을 위해 주식 및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도 중요한 축에 해당된다"며 "기업 입장에선 자금 조달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간 역할을 하는 당국 등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최근엔 사회 분위기가 기업 측면에서 볼 때 자꾸 기울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규제로 인해 국내 상장사들의 경영권이 크게 불안정해지자 기업들이 물적분할 등 효율성이 보장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경영권을 제약하는 규제 여부, 다양한 자본 조달 수단의 인정 여부, 투자자 보호 수단 등이 글로벌 표준 수준으로 재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코리아 대표는 "'금융업에선 왜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베스트 기업이 안 나오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금융은 기본적으로 라이선스 비즈니스로 지역성이 강력하게 작용해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금융기관이 한국의 특수 규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아시아 본부를 한국에 만들어도 되겠다고 판단한다면 규제의 보편성이 증명되는 것"이라며 "많은 외국 기업들이 국내로 들어와 치열한 경쟁을 한다면 오히려 국내 금융사들이 밖에 나가서도 대단한 업적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법적 과제로는 '대체거래소(ATS) 활성화', '신탁 활용의 확대', '디지털자산에 대한 제도 마련' 등 3가지로 전문가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본시장 선진화의 법적 과제 주제 발표에서 "경제의 디지털화에 따라 주식 매매 체결 시스템을 정규 증권거래소 외에도 대체거래소를 통해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상품으로는 기존 증권에서 채권, 비상장주식, 증권형 토큰 등과 같은 디지털자산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거래소는 정규 거래소의 매매체결 기능을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증권 거래 시스템을 말한다. 현재 금융투자협회와 7개 증권사가 2024년 업무 개시를 목표로 대체거래소(ATS)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대체거래소를 자본조달처와 조달방식이 다양해지는 긍정적인 변화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김형석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책연구본부장은 "현행법에 따라 정규 거래소가 대체거래소를 감시하기보다는 이들을 동등한 자격으로 보고 감독할 별도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고령화 따라 금융 수요가 커진 신탁업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현재 금전신탁은 신탁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중 규제를 받고 있다"며 "신탁의 운용방법이나 대상상품을 현재와 같이 열거식으로 제한하기보다는 포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디지털자산의 법적 지위와 규제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정 교수는 "디지털 자산이 증권인지 아닌지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 미국, 영국, 일본이 각각 고유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데 한국도 자본시장법상 증권 정의에 따라 우선 수익배분 받는 유형과 전매차익 받는 유형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수익배분형은 증권으로서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나 전매차익형은 증권으로 보기 어렵다"며 "나아가 비증권형 디지털자산이더라도 금융기능이 인정될 경우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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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예 기자 /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