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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매일경제가 매출액 상위 50개 수출 제조업 회사들의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조사한 결과, 각각 419조5200억원, 4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인 328조9700억원과 34조9900억원 대비 각각 27.5%, 29%가량 늘어난 규모다. 직전인 1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9%대 성장을 달성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상당 부분 환율 효과에 기인했다. 올해 2분기 달러당 원화값 평균치는 1261.12원이었지만 지난해 2분기에는 1121.13원이었다. 1년 새 달러당 원화값이 139.99원 내린 셈이다. 원화값 하락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졌다. 지난 1분기 달러당 원화값 평균치는 1205.29원으로, 2분기 대비 4.4% 높았다.
기업들의 각 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분기별 평균 환율로 나누는 식으로 실적을 달러화로 환산할 경우 성장폭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각각 13.4%와 14.6%로 줄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 성장률도 4%대로 낮아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원화값 하락은 외화로 발생한 매출과 이익을 원화로 환산했을 때 금액을 부풀리는 효과가 있다"며 "수출 기업들은 물건을 팔아서 보유한 달러만큼 환차익을 누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회사들이 환율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반도체는 달러로 계약이 이뤄지는 대표 수출품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4조971억원을 거둬 원화로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2% 늘었지만, 이를 각 분기 평균 환율을 반영해 달러화 환산 영업이익으로 비교하면 지난해보다 0.3% 역성장했다. SK하이닉스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55.6%에서 38.2%로 17.4%포인트 감소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판매 대수가 감소한 가운데에서도 환율 효과에 힘입어 고성장을 이뤘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한 35조9999억원을 기록했지만 달러화 환산 매출액은 증가율이 3분의 1 수준인 5.5%로 감소한다.
일부 기업은 원화 실적이 늘었지만 달러화 기준 실적은 역성장을 기록했다. 트레이딩(중개무역) 수수료를 대부분 달러로 받는 종합상사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삼성물산과 LX인터내셔널은 달러화 기준 매출액이 직전인 1분기 대비 각각 8300만달러, 9984만달러 감소했다. 해운 회사 HMM도 달러 기준으로는 매출액이 지난 1분기보다 줄었다. 물동량이 감소하고 해상운임이 하락한 영향이다.
선박 대금을 달러로 받는 조선 회사들도 환율 효과를 걷어내자 부진이 더욱 잘 드러났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달러화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삼성전기는 원화 실적은 개선됐지만 달러화로 환산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일제히 감소했다
하반기에도 환율 효과가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선방 중이고 이미 큰 폭으로 금리가 인상된 만큼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강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