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잠 든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월마트와 홈디포 등 유통업체 호실적이 전해진 가운데 매수 심리가 이어졌지만 대형 기술주가 부진했어요.
■ 주식 시장 분위기 어땠을까요? …아이온큐와 '9월 하락론'
16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각각 0.19%, 0.71% 올라 거래를 마쳤습니다. 특히 다우존스30 지수는 올해 5월 5일 이후 처음으로 3만4000선을 넘은 3만4151.8을 기록했습니다.
이날 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기업은 가정용 수리·가전용품 업체 홈디포(HD)와 월마트(WMT)입니다. 홈디포 주가는 전날보다 4.07% 올라 1주당 327.38달러에 거래를 마쳤어요. 직전 분기 동안 고객 거래가 3%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분기 매출은 438억 달러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6.5% 늘었습니다. 덕분에 주당 순이익(EPS)이 5.05달러를 기록했는데 시장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치(4.95달러)를 넘어선 수준이다 보니 '호실적'이라는 평가가 돌면서 매수세가 두드러졌습니다.
같은 날 월마트는 주가는 5.11%올라서 139.3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직전 분기 주당 순이익이 1.77달러로 시장 전망치(1.63달러)를 넘겼고, 분기 매출(1529억달러)은 작년 같은 분기보다 7.02% 증가했습니다.
뉴욕증시는 여름에 접어든 지난 6월 중순 이후 상승세를 이어왔는데요. 이른 바 '썸머 랠리'가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가 돋보입니다. 이런 경우 '밈 주식'위주로 단기 매매 성향도 두드러지고 주가도 급등락해서 사람들 눈길을 끌곤 합니다. 밈 주식은 레딧 같은 미국 대형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인터넷 입소문을 타고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단기 매매 인기를 끄는 종목을 말하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 극장 체인 AMC(AMC)와 게임업체 게임스톱(GME), 그리고 바로 가정용 침구·소품 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Y)입니다. 베드배스앤드비욘드 주가는 16일 하루에만 29.06% 뛰어서 20.65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라이언 코헨 게임스톱 회장이 베드배스앤드비욘드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인 콜옵션을 매수했다는 소식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한 결과입니다. 최근 미국 증권사 피델리티를 통해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라고 합니다. 베드배스앤드비욘드 최근 한 달 간 주가 상승률이 316%를 넘는데요. 다만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12개월 목표주가가 3.49달러여서 현재 주가보다 매우 낮습니다.
사람들이 베드배스앤드비욘드 주식을 매수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숏 스퀴즈' 기대감 때문입니다. 숏 스퀴즈는 특정 기업 주가가 떨어질 것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자들의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는 경우 기업 펀더멘털에 비해 주가가 더 급등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공매도 비중이 높을 수록 공매도 투자자들의 판단이 틀리기를 바라며 숏 스퀴즈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베드배스앤드비욘드의 경우 공매도 비중이 50.70%로 상당히 높습니다.
현지에서 숏 스퀴즈 기대감이 높은 종목으로는 음식 배달 업체인 블루 에이프런(APRN), 온라인 수공예·창작품 판매 전문점 엣시(ETSY), 의류업체인 아메리칸이글(AEO)과 갭(GPS) 등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주가 변동성이 커서 투자 위험도가 높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이온큐(IONQ)도 이날 급등세가 돋보였습니다.
이날 실적 발표 결과 EPS가 -0.01달러로 시장 전망치(-0.1달러)보다 훨씬 선방했다는 어닝서프라이즈 평가가 나왔어요. 아이온큐는 16일 하루 만에 31.14% 올라서 8.38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최근 한달 주가가 82.57% 뛰었습니다. 아이온큐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기업인데 양자 물리학 권위자인 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와 크리스 먼로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가 세워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 삼성과 현대, 미국 록히드마틴 등이 초기 투자자로 나서기도 했죠.
그나저나 8월 후반부로 접어드는 요즘, 뉴욕증시 썸머 랠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 월가 기술 분석 전문가들은 9월부터는 약간의 조정이 올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하반기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네요.
일례로 오펜하이머 증권의 아리 월드 분석가는 "4분기(10~12월)을 즈임해 9월부터 10월 초까지 주식이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9월부터 산타랠리 이전까지는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데요. 다만 월드 ?좁�가는 "강세장 신호를 확인하려면 S&P 500지수 상장사 70% 곳 이상의 주가가 200일 이동평균선 이상으로 거래돼야하는데 지난 15일 기준으로 38%정도"라면서도 "11월 중간선거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4분기에 강세장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에드 크리솔드 분석가도 "시장이 9월에 후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세장이 끝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스트레티게스의 토드 손 분석가는 "그간 급등락한 주식, 특히 암호 화폐 혹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내건 성장주는 너무 오래 들고 있지 말고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 채권·외환·상품 시장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우선 상품 시장을 보면, 국제 유가가 떨어지고 천연가스 가격은 오르는 흥미로운 현상이 이어집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0월물은 전날보다 3.03% 떨어져 1배럴 당 86.16달러, 브렌트유는 2.90% 떨어져 92.34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올해 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가다보니 물가 급등세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물가가 진정되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중 돈줄 조이기 정책 강도를 늦출 수 있고, 이에 따라 증시 매수 심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유가는 고점 대비 25% 꺾였지만 천연가스 가격는 계속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르네요. 대표적인 지표로 보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10월물은 16일에도 2.94% 올라 1메가와트시(Mwh) 당 230.659유로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제재를 받자 유럽으로 향하는 노드스트림 수송관 천연가스 공급량을 20%로 줄여버린 영향입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에서는 별다른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유럽은 상황이 어렵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와중에 수익을 낼 만한 종목을 찾아보게 되는데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해 유럽에 내다팔거나 이를 위해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처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대표적입니다. 일례로 셰니에르 에너지(LNG)와 셸(SHEL), EOG 리소스(EOG), EQT(EQT), 코테라 에너지(CTRA) 등이 그동안 주목 받아왔습니다.
한편 채권 시장에서는 '시중 장기 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전날보다 3bp(=0.01%p) 올라 2.82%에 마감했습니다. 이날은 다소 오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10년 만기 수익률은 한 때 3%를 넘겼던 점에 비하면 다소 안정되는 분위기입니다.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찍고 안정될
외환 시장은 잠잠했습니다. 16일 미국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05% 떨어진 106.49를 기록해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유로화 가치도 달러 대비 0.03% 떨어져 약 보합 상태로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