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모든 은행을 상대로 이상 외환거래를 점검하도록 한 결과 은행들이 총 8조5000억원 규모 의심거래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 외환거래 조사는 지난 6월 우리·신한은행이 자체 감사에서 비정상적인 외환 송금 사례를 포착해 금융당국에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금감원은 보고를 접수한 후 다수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 현장 검사에 나섰고 총 4조4000억여 원(33억9000만달러)의 문제 거래를 찾아냈다. 당초 두 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했던 거래 금액인 2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적발된 해외 송금 거래는 대부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였다. 형식상 무역거래로 진행된 해외 송금은 대부분 신용장 없이 송장만으로 이뤄진 사전 송금 방식을 거쳤다. 상당수 거래에서 특수관계인으로 보이는 법인 간 송금이 이뤄졌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금감원은 지난달 우리·신한은행 외 다른 은행에도 2021년 이후 유사한 거래가 있는지 자체 점검해 보고하도록 요청했다. 은행들이 의심거래로 보고한 거래 규모는 4조1000억원(31억5000만달러)으로, 당초 금감원이 점검 대상으로 지시한 2조6000억원(20억달러)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조만간 보고 액수가 큰 은행을 중심으로 현장 검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신한 외 은행들도 검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총 2조5000억원 정도를 금감원에 신고했는데, 실제 금감원 검사에서 4조3900억원으로 늘어났다"면서 "금감원이 나머지 은행들에 현장 검사를 나가면 실제로 적발되는 금액은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구지검 반부패부는 금감원의 검사 자료를 받아, 가상자산 거래 영업을 하면서 허위 증빙자료를 은행에 제출하고 외화 4000억여 원을 해외로 송금한 혐의로 유령법인 관계자 3명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도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감원에서 이상 외화거래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수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일각에서는 무역대금으로 위장해 해외로 빠져나간 외화가 단순히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 성격을 넘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자금세탁을 시도했거나 다른 불법 범죄자금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가정보원도 금감원과 업무 협조를 하면서 이상 외환거래 관련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이 해외 송금에 협조한 은행들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후에는 대규모 제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감원장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