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캐나다에 본사를 둔 브룩필드자산운용에 산업가스 생산설비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가격은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매물은 안정적 수익 구조가 주목받으며 지난 1분기부터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애초 수천억 원대 거래로 예상됐으나 브룩필드 외에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맥쿼리자산운용이 경쟁에 나서며 가격이 조원 단위로 높아졌다. 그 과정에서 한국 투자자는 한 번도 주요 후보로 언급되지 않았다.
국내 대형 폐기물 업체인 EMK(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도 외국 자본으로 대주주 변경을 앞두고 있다. EMK 최대주주 IMM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은 이 회사를 싱가포르계 인프라 펀드 운용사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가격은 약 7700억원이다. 본입찰에 참여한 국내 종합 환경기업 에코비트(옛 TSK코퍼레이션)도 인수에 의욕을 드러냈으나 케펠보다 1000억원 이상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피부·비만 의료기기 전문 기업 클래시스는 올해 4월 최대주주가 창업주 정성재 씨에서 베인캐피탈로 변경됐다. 클래시스는 집속초음파(HIFU) 시술장비 슈링크를 해외 누적 9000대 이상 판매하며 국내외 뷰티 업계에서 주목받은 기업이다. 베인캐피탈은 과거 휴젤 인수·매각으로 5년 만에 5000억원 이상 차익을 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인수에도 6700억원을 썼다. 이 밖에 세계 1위 폴리이미드(PI) 필름 제조 기업 PI첨단소재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홍콩계 PEF 운용사 베어링PEA로 선정되는 등 올해 M&A시장에선 외국 자본 선전이 두드러졌다.
투자 업계 일각에서는 근래 들어 외국 기업과 펀드가 한국 회사 인수에 더욱 적극성을 띠는 이유 중 하나로 낮은 원화값을 꼽는다. 주요 은행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달러당 원화값 평균이 약 1130원대였던 반면, 올해 들어 11일까지 평균은 약 1250원, 최근 3개월은 1290원이었다. 지난 10년간 국내 M&A 입찰에서 달러화를 쓰는 인수 후보가 1조원대 가격을 써내기 위해 8억8495만달러를 마련해야 했다면, 최근 3개월간은 7억7519만달러만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12%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인수하는 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아울러 전 세계 펀딩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점도 한국계 펀드 운용사 대비 외국계 재무적투자자(FI)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다. 잇단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기관투자자가 위험자산을 기피하는 가운데, 운용자산(AUM) 규모와 투자 역사가 긴 글로벌 펀드가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분류되는 것이다. 한 회계법인 M&A 담당자는 "글로벌 인프라 펀드의 경우 조달 금리가 굉장히 낮아 자금 모집부터 한국 FI보다 유리하다"며 "또한 최근 외국계 자본에 매각된 기업들이 대부분 글로벌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해외 투자자 관심을 많이 받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 심화가 해외 펀드 및 기업의 한국 투자 증가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각국 투자자는 중국 투자 리스크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이 갖는 중요성이 과거보다 높아질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M&A에서 외국계 자본이 인수자로 선정되는 사례는 한동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옥션딜에서 외국계 전략적투자자(SI)와 FI가 유력 후보로 언급되는 사례가 많다. 4조원 안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