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반도체 외 사업부문의 호조로 실적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의 이익률 하락으로 내년에 큰 폭의 감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대비 시가총액이 작아 '불마켓'(강세장) 전환 시 강력한 상승동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1.5% 하락한 5만91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종가 기준 5만전자를 기록한 건 지난달 14일 이후 19거래일 만이다. 지난 7월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주가 반등) 당시 7.7% 반등한 삼성전자는 이달엔 글로벌 IT 수요 위축 및 감익 우려에 3.8% 떨어졌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3.47% 하락한 9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지난 7월엔 삼성전자와 유사한 7.6%의 반등세를 보였는데 이달엔 6.2% 하락 중이다. 두 종목 모두 지난해 초 기록한 역사적 고점 대비 39%가량 주가가 떨어진 모습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이달 들어 1.2% 상승 중이란 걸 감안하면 시가총액 1, 3위 대형주가 시장 평균보다 언더퍼폼 중이란 뜻이다.
국내 증시 반도체 업종을 대표하는 두 종목이 나란히 부진한 까닭은 최근 들어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이익 하향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진한 흐름인 두 종목의 향후 주가 상승 모멘텀(동력)을 비교할 수 있는 분야는 크게 △실적 △반도체 이익률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증권업계 목표주가 동향 △수급 및 상승 여력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실적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시장 눈높이 대비 저조한 실적을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타 사업부문이 메워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요 성수기 진입으로 인해 프리미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마트폰, TV 판매량 증가가 호조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올해 추정 영업이익은 53조2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사업도 성수기 효과로 인한 실적 증가가 눈에 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인 1조원을 상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CAPEX)와 연구개발(R&D) 비중은 대만의 TSMC 대비 몇 년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추정 영업이익이 12조2200억원으로 전년보다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영업이익 감소율은 22.6%로 더욱 높아지게 된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와 더불어 출하량이 부진했던 점도 수익성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메모리 반도체 이익률에서도 차이가 눈에 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D램, 낸드플래시 이익률은 각각 48%, 24%다. 반면 SK하이닉스는 D램에서 37%의 이익률이 예상되지만 낸드플래시는 -1%의 이익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의 내년 낸드플래시 이익률은 -11%까지 떨어지게 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부문은 가격 하락 영향이 출하량 증가와 원가 절감 효과보다 크게 나타나며 전 분기 대비 큰 폭의 실적 감소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밸류에이션 부문에선 두 종목 모두 단기 록보텀(주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록보텀 밸류에이션으로는 각각 주가순자산비율(PBR) 1.1배, 0.9배가 거론된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일부 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7만3000원, 7만9000원에서 최근 각각 7만5000원, 8만3000원으로 높였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이익 하향 우려에 7월 이후 12곳의 증권사에서 목표주가를 내렸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덩치가 무거워 향후 증시 추세 전환 시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차창희 기자 / 강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