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신한은행의 전세자금대출 4343억원(2800건) 가운데 금융채 2년물 기반의 고정금리 전세대출이 2623억원(1443건)에 달했다. 고정금리 상품이 차지한 비중은 액수 기준으로 60.4%, 건수 기준으로 51.5%였다. 지난해 7월에는 전체 6141억원(4125건)의 전세자금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이 6억원(6건)에 그쳤다. 고정금리 상품의 비중은 액수, 건수 기준으로 각각 0.1%, 0.15%에 불과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금융채 1년물을 기반으로 한 전세대출 변동금리가 금융채 2년물을 기반으로 한 고정금리보다 높아졌다"며 "7월 중 역전 현상이 벌어지지 않았던 시점에 그나마 변동금리 대출이 일부 이뤄졌던 것인데, 8월에 역전 현상이 지속되면 대부분의 고객이 고정금리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4일 신한은행의 전세대출 고정금리(금융채 2년 기준)는 4.12~5.12%로 변동금리(금융채 1년 기준) 4.26~5.26%보다 0.14%포인트 낮다.
은행은 자금 조달 비용의 변화를 바로 대출 이자에 반영할 수 있는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보다 낮게 설정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근 변동금리·고정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은 각각 기준으로 삼는 장·단기 채권들의 금리 격차가 급격히 줄어든 결과다.
장·단기 채권 금리 차가 축소되는 것은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데도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 가는 역설적 상황 때문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통상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노리며 기준금리를 낮추고, 시장에서도 안전자산인 채권의 가격이 높아지며 금리가 하락하게 된다.
이 같은 원리로 7월부터 장기 채권들은 금리가 빠르게 하락했는데,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 위기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예정인 탓에 기준금리와 스프레드가 작은 단기 채권들은 금리가 유지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대비해야 하는 경제 여건이 대출 시장에서는 변동금리·고정금리 역전 현상으로 나타난 셈이다. 같은 이유로 신한·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서도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신한은행이 7월부터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고정금리 전세대출의 금리를 추가 인하한 것도 고정금리 비중 확대에 일조했다. 신한은행은 연 소득 4000만원 이하, 임차보증금 3억원 이하 고객에게 일반 금융채 2년물 전세대출보다 금리를 0.4%포인트 낮춘 대출 상품을 지난달부터 공급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전반적인 가계대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수요 성격이 강한 전세대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
한편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금융소비자들의 월 상환 부담액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