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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거래소의 곰과 황소 조형물. [사진 제공 = 한국거래소]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에 황소가 곰을 들이박는 모습의 조형물이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의 캐릭터도 황소와 곰을 의인화한 '황비'와 '웅비'입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여의도 옛 대신증권 사거리에도 증권가를 상징하는 황소 조형물이 있었습니다. 미국 뉴욕에도 월가의 '돌진하는 황소(Charging Bull)' 동상이 유명합니다.
이렇게 황소와 곰은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동물입니다. 황소 시장(불 마켓)은 강세장을, 곰 시장(베어 마켓)은 약세장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가장 궁금한 부분은 왜 황소가 강세장을, 곰이 약세장을 의미하게 됐느냐 하는 점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황소는 뿔을 이용해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고, 곰은 앞발을 들어 위에서 아래로 내려친다고 해서 이런 말이 생겼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엄밀하게 보면 정답은 아닙니다.
베어마켓이란 말의 기원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1719년 나온 '증시의 해부'라는 책에서 '곰 가죽 매수자'라는 말이 나온 이후 곰은 하락장을 대표하는 동물이 됐습니다. 이 시기 보스턴에서는 곰 가죽 시장이 번성했는데 곰 가죽이 부족해지자 상인들은 미리 대금을 받고 얼마 후에 곰 가죽을 넘겨주는 형태로 거래를 하게 됐습니다. 곰 가죽이 비싸다는 소문이 돌자 사냥꾼들의 곰 가죽 공급이 늘어나 도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상인들은 큰 이득을 보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곰 가죽에는 '가격이 떨어지길 기대하는 투기꾼'이라는 의미가 덧씌워졌고 베어마켓이란 말이 현재의 의미로 자리잡게 됩니다.
반면 주식 시장에 황소는 이보다 100년쯤 뒤에 등장합니다. 불 마켓이란 단어의 기원은 불분명합니다. 어떤 학자는 강세를 의미하는 독일어 'Bullen'이란 단어에서 불 마켓이 시작됐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앞서 나온 기사 등장하는 '베어마켓 랠리'에서 랠리는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것을 말합니다. '섬머랠리', '산타랠리' 등 몇일 이상 지수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을 랠리라고 부릅니다. 결국 베어마켓 랠리는 긴 약세장에서 일시적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비슷한 용어로는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라는 말이 있습니다. 약세장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반등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튀어 오른다'라는 말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보통 베어마켓 랠리보다 짧고 강렬한 반등을 의미합니다.
기사를 다시 한번 곱씹어봅시다. 지난달 코스피는 5.10%, 코스닥은 7.80% 상승했습니다. 이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해 증권가에 현재 두 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하나는 베어마켓 랠리, 즉 약세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현재의 지수 상승은 일시적이며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반면에 강세장, 다시 말해 불 마켓이 시작되고 있다고 보는 낙관론도 있습니다.
현재 시황을 베어마켓 랠리로 보는 분들은 고물가로 인한 기업 실적 악화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가 와서 기업 실적은 계속 나빠지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금리 인상은 계속될테니 주가가 하락할 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강세장으로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분들은 주가가 연초 대비 크게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경기 침체의 강도는 예상보다 약할 것이고 경기 침체를 염려해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도 느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누구의 말이 맞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강세장, 약세장은 1년 또는 그 이상에 걸쳐 나타나는 지수의 장기적 흐름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습니다. 보통 고점 대비 20% 하락하면 약세장에 진입했다, 저점 대비 20% 상승하면 강세장에 진입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코스피의 직전 저점이 2270선이니 2730선까지 올라야 그때가서 강세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우이론이란 100년도 넘은 고전 증시 이론이 있습니다. 찰스 다우라는 사람이 만든 이론입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를 만들었고 월스트리트저널을 창간한 사람입니다. 여기서는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도 저점을 높여가면 강세장, 고점이 낮아지면 약세장이라고 합니다. 이 이론에서도 결국 강세장과 약세장의 판단은 후행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투자자들이 매일 접하게 되는 시황 기사에서도 베어마켓 랠리와 비슷한, 하지만 정반대의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조정'입니다. 조정이란 말은 계속해서 주가가 오르던 종목이나 지수가 갑자기 하락할 때 자주 쓰는 말입니다. '하락했다'라고 쓰지 않고 '조정을 받는다'고 하는 것은 상승 추세는 살아있는데 잠깐 주가가 눌리는 구간이라는 의미가 내포돼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때가 하락추세로의 전환점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주가가 오르고 떨어지고, 두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차트 상으로 수평선을 그리면서 큰 변동 없이 일정한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코스피는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 동안 1800~2100선 사이를 오갔습니다. 박스권 장세라고 표현했던 그 시기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횡보장이라고 말합니다.
일일 시황 기사에서는 이를 '보합'이라고 표현합니다. 대체로 지수가 전날 종가보다 -0.30~0.30% 수준으로 움직였다면 '보합권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전일 지수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전일 종가와 거의 차이가 없긴 한데 약간이나마 올랐다면 강보합, 조금 떨어진 수준이라면 약보합입니다.
강보합에서 더 오르면 강세, 강세에서 더 오르면 급등, 여기서 더 오르면 폭등이 됩니다. 반대로 약보합에서 약세, 급락, 폭락 순입니다. 강보합, 약보합을 넘어 강세, 약세라고 표현할 때는 대체로 지수가 0.40% 이상 움직일 때입니다. 급등, 급락은 지수 상승률이나 하락률이 1%가 넘어갈 때 등장합니다. 지수가 2~3% 오르거나 떨어지면 폭등, 폭락이라는 말을 씁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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