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업계가 올해 또다시 가격 인상에 나선다. 지난 4월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4개월 만이다.
아파트 분양가 상승 등 산업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제조에 쓰이는 유연탄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멘트사들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올해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상황에서 불과 반년 새 추가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데 대해 레미콘·건설사들은 강력 반발할 조짐이다. 3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다음달 1일부터 현재 t당 9만2200원인 시멘트 가격을 10만6000원으로 약 15% 인상하는 내용의 공문을 레미콘사 등에 전달했다.
앞서 삼표시멘트도 오는 9월 1일자로 시멘트 가격을 t당 9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1.7% 인상하는 내용의 공문을 레미콘사들에 보냈다. 이에 따라 쌍용C&E와 성신양회 등 나머지 대형 시멘트 제조사들 역시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9월부터 시멘트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경우 올 들어서만 두 번째 인상이다. 올해 4월 15~18%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시멘트 업계가 4개월 만에 또다시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2014년 이후 수년째 동결돼왔던 시멘트 가격이 한 해에만 두 차례나 인상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레미콘 가격이 오르면 당장 건설현장의 건축비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분양시장이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둔화되고 미분양·미계약이 늘어나는 분위기인데 자재 가격 인상으로 분양가가 오르는 이중고가 생길 수 있다"며 "소비자의 분양가 부담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멘트가격 내달 15% 인상
둔촌주공 사례에서 보듯
재건축 '공사비' 갈등 우려
"서울 신규 공급에 악영향"
올해 들어 시멘트 가격이 두 번 인상되면서 전국 아파트 공사 현장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 무주택자들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일 각종 관련 지표에 따르면 분양시장은 불황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7917가구로 전월 대비 2%(535가구) 증가했다.
공급자들이 부담을 크게 느껴 분양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분양가 상승이 이뤄지면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 철근, 시멘트는 모든 분야의 핵심 자재인데 올해 이 세 가지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해 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건설업은 가격 전가가 불가능해 고스란히 경영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고, 결국 사업성 악화로 적극적인 분양이 어려워져 공급이 줄고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불거지며 기존 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원자재 가격 인상은 정비사업장에 둔촌주공아파트처럼 조합과 시공사 간에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불씨를 남겨놓는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조합과 시공사가 소극적인 모습으로 나오면 서울 같은 곳은 신규 주택 공급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시멘트 가격 인상이 레미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소수 업체가 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시멘트와 달리 전국 각지에 소규모 업체가 즐비한 레미콘업계 입장에서 건설사를 상대로 가격
[정석환 기자 / 양연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