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매일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올해 삼성전자 보통주 기준 자사주 취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부사장급 이상 고위 임원 48명이 자사주 취득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별로 살펴보면 부회장 1명, 사장 5명, 사외이사 2명, 부사장 40명이 자사주 취득에 나섰다.
고위 임원들의 자사주 총 취득 금액은 100억5909만원이며 매입한 주식 수는 15만109주에 달한다. 보통 회사 차원에서 100억원대 거액의 자사주를 취득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고위 임원들의 릴레이 자사주 매입으로 100억원을 넘긴 사례는 드물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의 전체 자사주 매수 평균 단가는 6만7011원이었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는 약 7.7% 손실인 상황이다.
자사주를 취득한 임원 중 매수 평균 단가가 가장 낮은 인물은 홍형선 부사장이다. 홍 부사장은 삼성전자 주식 5000주를 5만7000원에 매입했다. 자사주 취득 시기상 저점 매수에 성공한 셈인데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볼 때 약 8.4% 수익권이다.
가장 많은 자사주를 매입한 사람은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으로 총 7억190만원을 투자해 삼성전자 주식 1만주를 취득했다. 그 밖에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도 총 6억9900만원을 투자해 동일하게 1만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계현 DS부문장(사장)과 김수목 법무실장(사장)은 각각 자사주 5억3760만원, 5억5715만원어치를 사들였다. 부사장급에서 가장 많은 자사주를 사들인 사람은 오종훈 부사장으로 3억5003만원을 투자했다.
올해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의 자사주 취득 행진은 2021년 대비 취득 금액과 주식 수 모두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7월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의 자사주 취득 금액은 27억6948만원, 취득 주식 수는 3만3115주다. 올해 자사주 취득 금액과 주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3.2%, 353.3% 대폭 늘어난 셈이다. 특히 지난해 일부 임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고공 행진하자 자사주를 매각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삼성전자 임원들이 자사주 취득 행렬에 적극 나서는 건 향후 회사 경영 상황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과 약세장 속 주가 부양을 위한 '솔선수범'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21% 하락했는데 약세장 속 주주가치 제고에 힘쓴다는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보통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할 때 내부 경영진의 자사주 취득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삼성전자는 일부 극소수 임원을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올해 3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고위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이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의 자사주 취득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부사장급 이상 임원은 360여 명에 달한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시 수급을 이끌어 갈 주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 스스로 수급의 주체로 부각하고 있다"며 "결국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유는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세계 경기 침체 우려에 5만5700원까지 하락한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6만1800원으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역사적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저점인 주가순자산비율(PBR) 1.1배까지 하락한 이후 반등을 시작했다"며 "이미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