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직원은 팀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도용해 무단 결재하고 외부 공문을 거짓으로 만들어 은행장 직인을 요청한 후 이를 출금에 이용하는 식으로 주도면밀하게 범죄를 저질렀다. 범행 도중 1년간 파견근무를 간다고 거짓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파견 기관에 출근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무단 결근, 출자전환 주식 임의 출고 등 추가 횡령 사실 등이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금감원은 26일 우리은행 횡령 사고 검사에서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기소할 당시 횡령금액(614억원)보다 83억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이 직원은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보유하던 A사의 출자전환 주식 42만9493주(당시 시가 23억5000만원)를 팀장이 공석일 때 OTP를 도용해 무단 결재한 뒤 인출했다.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원을 직인을 도용해 출금하거나 공·사문서를 위조해 횡령했다. 2014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등 59억3000만원을 출금 요청 허위 공문을 발송해 4회에 걸쳐 빼돌렸다. 횡령액 3분의 2가량이 이 직원의 동생 증권계좌로 유입돼 주식이나 선물 옵션 투자에 사용됐고, 나머지는 친인척 사업 자금 등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됐다. 금감원은 은행 직원의 주도면밀한 범죄행위가 이번 사고의 주된 원인이지만, 사고를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은행의 내부 통제 기능 또한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내부 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면서 "사고 관련자는 팀장, 부서장이 될 수도 있고 임원, 행장, 회장까지 갈 수도 있지만 관련자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는 법적인 검토가 끝나봐야 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 직원이 같은 부서에서 10년간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해준 데다 명령 휴가 대상에 한 번도 넣지 않았다. 명령 휴가는 사고 위험이 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에게 불시에 의무휴가를 부여한 뒤 직무 내용을 점검하는 제도로 2014년 의무화됐다. 횡령 직원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1년 넘게 무단결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직원이 과거에도 대외 기관에 잠깐씩 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은행에는 이 기관에 파견을 간다고 속이고 1년 넘게 나오지 않은 사실이 검사 과정에서 드러났다"면서 "이에 대해 우리은행도 전혀 몰랐다며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이 통장·직인 관리자를 분리하지 않은 점과 대내외 문서 등록과 관리를 부실하게 한 점도 지적됐다. 이 직원은 8차례 횡령 중 4번은 결재를 받았으나 모두 전자결재가 아닌 수기결재 문서라 사전 점검과 사후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이 직원이 꾸민 출금 전표와 대외 발송 공문 내용이 결재 문서 내용과 다름에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편 금감원은 모든 시중은행에 이번주 안으로 이상 외환거래 자체
[김혜순 기자 /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