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만 놓고 보면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증권사가 없다는 약점이 장점으로 바뀌면서 하나금융을 앞서며 3위에 올라 금융지주 간 실적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들 4대 금융지주는 2조원에 달하는 부실 대비 비용(대손충당금)을 쌓고도 이 같은 실적을 거둬 부실 대비와 역대급 실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은 22일 공시를 통해 2분기 1조3204억원·상반기 2조720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분기 기준으로 KB금융(1조3035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다. 신한금융의 2분기와 상반기 순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5%, 11.3% 상승했으며 역대 최대치 기록도 경신했다. 이 같은 실적은 신한금융이 2분기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려 잡은 것을 감안하면 더욱 괄목할 만한 성장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늘리라는 금융당국 요구에 따라 신한금융은 2분기에만 3582억원의 충당금을 추가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충당금(1713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신한금융 순익 증가의 주역은 은행과 카드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1조6830억원의 순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22.8% 성장세를 기록했다. 신한카드는 사업 다각화를 바탕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늘어난 4127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라이프는 상반기 순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1.4%, 10.2% 감소했다.
그룹 전체의 상반기 글로벌 사업 순익은 28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3%나 증가했다. 신한베트남은행과 SBJ은행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순익이 50.2%(290억원), 32.5%(127억원)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2분기 손익은 코로나19와 경기 대응 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지난 1분기 대비 감소했다"면서 "분기 배당을 정례화하기로 한 만큼 올 2분기 배당금은 8월 이사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B금융은 2분기 기준으로는 2위에 그쳤지만 상반기 기준으로는 여전히 리딩뱅크를 유지했다. KB금융의 상반기 순익은 2조7566억원으로, 신한금융(2조7208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이는 KB금융이 신한금융보다 충당금을 적게 쌓았기 때문으로, 하반기 실적이 주목된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에 1조7614억원의 순익을 올려 하나금융(1조7274억원)을 앞섰다.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상반기에 497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지만 기업대출 중심으로 자산이 늘어나고 효율적으로 비용을 관리하면서 순익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이 금리 인상기에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금융지주들은 증권사 순익이 줄면서 지주 순익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하나금융은 상반기 1조7274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는데, 부실 리스크에 대한 대비와 특별퇴직 등 일회성 요인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선제적 대손충당금 적립과 1분기에 실시한 특별퇴직 등으로 상반기 순익은 작년 동기 대비 소폭(
상반기 기준으로 그룹의 이자이익(4조1906억원)과 수수료이익(9404억원)을 합한 핵심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3.6%(6159억원) 증가한 5조13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자산 증대와 외환·신용카드수수료 이익 증가에 힘입은 결과라는 설명이다.
[문일호 기자 /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