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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한 번에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 스텝을 단행했다. 한은 금통위는 13일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75%에서 연 2.25%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한번에 0.50%포인트 인상된 것은 1950년 한은 설립 이후 처음이다. 기준금리를 세 ... |
주담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 매수에 나섰던 매수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라 매달 갚아야 하는 상환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당장 수신상품 금리 인상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14일부터 예적금 상품 30종의 금리를 최대 0.9%포인트 인상했다. 금리 인상 대상 상품은 적금 22종, 예금 8종 등 총 30종이다. 상품별 가입 기간에 따라 적립식 예금 금리는 0.25~0.8%포인트, 거치식 예금 금리는 0.5~0.9%포인트 오른다. 신한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지난 8일 예적금 상품 25종의 기본금리를 최고 0.7%포인트 인상했다. 상품별 가입 기간에 따라 거치식 예금 3종은 0.5%~0.7%포인트, 적립식 예금 22종은 0.3~0.7%포인트 올랐다. KB국민은행은 이번주 수신상품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4대 시중은행의 채권 금리 영향을 받는 고정형 주담대가 이날 기준 상단이 모두 6%를 넘어섰다. 심지어 우리은행의 주담대 상품은 최고 금리가 7%를 넘었다. 작년 12월 주담대 금리는 고정(혼합)형 3.56~4.91%, 변동형 3.71~5.06% 수준이었다. 하지만 반년 만에 최고 금리가 7%대로 뛰어올랐다. 이날 기준 고정형 상품의 경우 우리은행이 5.51~7.21%으로 상단이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 5.298~6.598%, KB국민은행 4.75~6.25%, 신한은행 4.7~6.2% 순으로 금리가 형성돼있다. 변동형 상품또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상승폭을 매달 확대하면서 반년 만에 금리가 3.69~5.714%로 올랐다.
고정형 금리가 특히 더 오른 것은 채권금리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채 금리는 이달 15일 종가 기준 4%를 넘었고, 17일에는 4.147%로 마감했다. 금융채가 이같은 금리수준을 형성한 것은 2011년 10월 28일(4.15%) 이후 약 10년 8개월 만이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소득이 늘어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은행에 내야할 이자까지 불어난면서 서민들의 체감 이자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4억원을 연 4% 금리(3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로 빌린 경우 대출 초기 월이자 부담은 130만원(연간 약 1560만원)이었다. 원금을 합친 원리금은 19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연 7%로 오르면 월이자는 230만원(연간 약 2760만원)으로 늘어난다. 원리금까지 더하면 은행에 매월 270만원 가량을 갚아야 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3240만원으로, 직장인 연봉의 상당 수준에 육박한다. 월급을 고스란히 은행에 내야 하는 셈이다.
직방이 아파트 금융비용을 분석한 자료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까지 상승할 경우 서울 전용 84㎡ 중형 아파트의 월 대출 상환액은 291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리가 7%까지 인상되면 서울 중형 아파트의 경우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대출 상환액 비율이 70%선까지 근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설상가상 장기간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던 집값도 올해 들어 꺾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4% 떨어지며 7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낙폭도 전주(-0.03%)보다 커지면서 2020년 5월 이후 2년2개월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상 압박으로 인해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경기(-0.04%)와 인천(-0.07%)도 하락세가 지속됐다. 수도권 전체적으로도 0.05% 떨어져 전주보다 낙폭이 커졌다.
특히 저금리 기조에 빚을 끌어다 쓴 20~30대 영끌족이 이번 금리인상기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조사에서 20~30대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475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조2000억원 늘었다. 이중 취약차주 비율은 6.6%로 다른 연령층 평균(5.8%)보다 높다.
이같이 서민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주거 지원 대책을 속속 내놨다. 정부와 여당은 4억원 이하 주택에 적용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
일각에서는 집값이 급등하면서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들은 사실상 이 같은 정책의 혜택을 보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금융 지원을 더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본인의 대출 상환능력 범위를 넘어선 것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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