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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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9% 오르며 2872.96에 거래를 마쳤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최근 5일간 11.93%의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약 39.94% 하락하며 저점을 기록했지만 7월 들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개별 반도체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5거래일간 반도체 대표주인 인텔, 엔비디아, AMD, 퀄컴은 각각 9.68%, 18.01%, 14.26%, 12.43% 상승했다. 장비 업체인 ASML,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램리서치도 각각 16.30%, 15.54%, 13.92% 반등했다. 특히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에 항상 오르는 상장지수펀드(ETF)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는 약 38.40%나 급등했다.
반도체 종목들은 미국에서 반도체 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 통과에 속도가 붙자 기대감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상원은 반도체 지원법을 논의하기 위한 절차투표에서 찬성 64, 반대 34로 통과시켰다. 타협안이 마련되면 이르면 다음주 표결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도체 종목이 대부분 반등했지만 기업별로 수혜가 갈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번 반도체 지원 법안의 핵심은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 규모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이다. 미국 내 반도체 제조공장 자금 지원, 반도체 제조장비 투자 25% 세금공제, 국제 보안통신 프로그램 5억달러, 근로자 교육훈련 예산 2억달러, 공공 무선 공급망 혁신 15억달러 등이 포함된다.
대부분 반도체 생산과 관련된 지원이다. 이번 법안은 미국에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가져오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은 반도체 개발 능력은 탁월하지만 제조 역량이 부족해 생산 쪽에 지원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인텔 같은 종합반도체기업(IDM)이나 ASML,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램리서치 등 장비 업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직접 생산을 하지 않는 엔비디아, AMD 같은 팹리스 업체보다 직접적으로 반도체 지원 법안의 수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벡 아르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연구원은 투자 메모에서 "반도체 지원 법안이 통과되면 인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등이 수혜를 누릴 것"이라며 "미국 내 팹 건립에 대한 보조금은 램리서치, ASML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 1단계 보조금은 팹과 클린룸 건설에 집중될 것이어서 램리서치, ASML은 2024년 이후 본격적으로 수혜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 법안은 수요 둔화 우려로 주가가 하락한 반도체 장비주에 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반도체 장비주들은 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라 설비투자 속도 조절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에 주가가 하락했다. 반도체 법안 등 정부 지원 정책은 투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장비주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방산업 수요 둔화 우려로 반도체 업황은 본격적인 재고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며 "올해 장비 업종은 신규 수주 피크아웃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주가 상승은 통화정책 긴축 우려가 축소되며 나타난 기술적 반등으로 판단된다"면서 "추세적 반등을 위해선 이익 개선이 동반돼야 하므로 미국 반도체 지원 법안 통과 여부를 확인한 후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지원 법안이 산업 전체를 끌어올리기엔 부족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스테이시 레이건 번스타인 연구원은 최근 투자 메모에서 "반도체 지원 법안이 통과되면 반도체 산업에 큰 도움이 되고 투자 심리에도 긍정적이겠지만, 주가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작을 수 있다"며 "법안 통과로 제공될 지원 금액은 산업 내 투자 규모를 봤을 때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또 반도체 기업들이 실제로 수혜를 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조심스레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로버트 카민스키 캐피털알파 연구원은 투자 메모에서 "반도체 투자자들은 이번 법안 통과가 주가 상승을 위한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단 실제로 지원금이 제공돼 기업들이 투자할 때까지는 적어도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최근 미국 내 신규 팹 건설을 발표한 업체들은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지 않다. 반도체 법안 통과까지 지켜보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인텔(200억달러·오하이오), TSMC(120억달러·애리조나), 삼성전자(170억달러·텍사스) 등이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러 이유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만약 미국에서 반도체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들 반도체 기업의 다양한 투자를 필두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종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