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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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나스닥증권거래소에서는 애플이 하루 새 2.06% 떨어져 주당 147.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애플 주가는 기술주 반등세를 따라 최근 한 달 새 8.24% 반등했지만 이날은 회사가 허리띠 졸라매기 경영에 나섰다는 외신 보도가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부추겼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경기 침체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이유로 내년 고용과 지출 증가를 자제하겠다는 내부 결정을 내렸다고 이날 전했다. 올해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1년 전보다 9% 감소했음에도 애플 아이폰의 점유율은 17%로 작년 2분기 점유율(14%)을 뛰어넘었다는 캐널리스 분석이 같은 날 나왔지만 회사의 경영 긴축 움직임이 주가 하락을 불렀다.
애플뿐 아니라 '뉴욕증시의 간판' 격인 빅테크 기업들도 최근 허리띠 졸라매기 경영에 나섰다. 일례로 '미국 시가총액 2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들어 약 1800명 해고에 나섰고,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올해부터 인력 채용과 투자 증가 폭을 줄이기로 했다. 메타는 올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을 줄이기로 했으며, 트위터는 인재영입팀 직원을 중심으로 인력을 30% 감축하기로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강자' 넷플릭스는 이미 올해 5~6월에 약 450명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업들도 일자리 줄이기에 나섰다. 미국 내 대형 구직·취업 서비스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는 이달 7일 '월간 해고 동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지난 6월 한 달 동안 직원을 총 3만2517명 해고했으며 이는 월간 기준으로 작년 2월(3만4531명) 이후 최대 규모라고 분석했다. 6월 미국 내 해고는 직전 달인 5월 대비 약 57% 급증했고, 1년 전인 작년 6월보다 약 58.8% 늘었다. 앤드루 챌린저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 수석부사장은 "아직 일자리 시장이 탄탄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고용주들은 금융 비용 증가, 매출 감소 압박 때문에 인력을 줄이는 식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기 시작했다"면서 "인력 해고는 헬스케어와 자동차, 서비스, 엔터테인먼트·레저, 금융 등 다양한 산업 부문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3일 발간한 '베이지북'을 통해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고용이 완만하거나 중간 정도 속도로 증가해 전반적으로 일자리 시장이 견조했다고 평가했지만, 실제 시장 분위기는 흔들리는 모양새다. 미국의 '6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한 달 전보다 37만2000개 늘어나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넘었지만, 기업들은 기존에 고용한 인력을 해고하는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진정되는 듯했던 국제 유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는 등 물가 상승세가 다시 부각됐고, 인건비 부담 등 비용 압박이 커진 와중에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달러화 표시 해외 매출 감소 우려마저 불거진 탓이다.
기업들이 채용 규모 감축 등 일자리 긴축에 나서자 월가에서는 고용과 실업에 대해 어두운 목소리가 나온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3.6% 수준인 미국 실업률이 올해 말 3.8%, 내년 말 4.0%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는 미국에서 6월 일자리가 약 37만개 늘어나 노동 수요가 많은 반면 구직에 나서는 사람은 적고,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침체 우려 때문에 인력 고용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증시 추가 하락에 대한 경고음도 뒤따른다. 18일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앞으로 12개월 내에 미국에서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은 현재 36% 정도이지만 수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다시 늘어날 것이며, 이런 실물 경제 분위기를 고려할 때 증시 약세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수석 글로벌주식전략가 역시 "올해 주식 시장 약세가 경제 둔화를 선반영한 측면이 있지만 아직 침체 리스크가 충분히 반영된 것은 아니다"면서 "물가 급등세가 빠르게 진정될 것이라거나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정책 강도를 낮출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