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사례로 지난달 2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들과 만나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들은 즉시 그다음 날부터 예대마진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이어 이달 14일에는 빚을 갚기 어려운 자영업자의 대출을 탕감해주고 34세 이하 청년층의 이자를 감면하는 정책을 전격 발표했다. 연이어 은행의 이익을 축소시키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주가는 고전하고 있다. 경기 침체 공포가 엄습하는 데 더해 정부에선 은행주 이익에 부담이 되는 규제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KB금융은 2.87% 내린 4만4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6월 이후 하락률은 27%에 달한다. 신한지주(-22.4%), 하나금융지주(-31.6%), 우리금융지주(-26.2%) 등 주요 은행주들도 6월 이후 부진을 겪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은행주를 외면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6월 이후 신한지주를 126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KB금융(-1397억원)과 하나금융지주(-606억원)도 대거 팔았다.
사실 은행주 부진의 원인은 정책 리스크 때문만은 아니고 복합적이다. 먼저 은행주도 전 세계를 덮친 경기 침체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경기 회복을 전제한 금리 인상은 순이자마진(NIM) 상승과 함께 은행들이 실적 개선을 이루는 계기가 되지만 현재 상황은 반대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면서 부실을 대비할 목적으로 쌓는 충당금 부담이 대폭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부에서는 충당금 적립 규모가 대손충당금 잔액 대비 10% 수준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보수적 가정이지만 현실화될 경우 3대 은행 기준 1300억~1600억원의 추가 충당금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은행 업종에 대한 시장의 이익 전망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주요 4개 은행주(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예상치 합계는 4조3398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4조6720억원) 대비 약 7.1% 역성장한다는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경고하고 공공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향후 윤석열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을 제시한 차원이라는 것이 은행주의 미래에 암울한 전망을 더하고 있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취약계층 대상 금융지원은 대출받은 사람들에게 전반적인 도덕적 해이를 만연하게 하고 결국 은행이 충당금을 쌓게 될 것이란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그간 어려운 와중에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자영업자 등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하고 금융에 대한 원칙과 신뢰를 훼손한다는 차원에서 향후 은행 영업에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경기 하락기에 청년 세대와 자영업자 구제는 필요한 정책이지만 정부가 나서서 광범위한 빚 탕감에 나설 경우 이른바 '빚투족'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성실한 은행 고객들에겐 상대적
물론 선제적인 부실관리로 은행주에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실질적으로 취약차주에 대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방편"이라며 "연말이나 하반기 이후에 이익으로 다시 환원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