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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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4대 대표 주가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월가 공포지수'로 통하는 변동성지수(VIX)가 하루 만에 6.21% 뛰어 26.17을 가리켰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하루 10베이시스포인트(1bp는 0.01%포인트) 떨어져 2.99%에 거래를 마쳤다. 주요 6개 권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6% 올라 108.16에 마감하면서 20여 년 만에 최고치 기록을 이어갔다. 전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와 달러화로 수요가 몰린 결과다.
하반기 들어서도 시장이 불안한 약세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주에는 JP모건 등 월가 대형 은행을 시작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장기업들이 분기 실적을 알린다. 금융권의 경우 14일 JP모건과 모건스탠리에 이어 15일 웰스파고와 씨티그룹, 16일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가 실적을 공개한다. 빅테크 기업은 20일 테슬라를 시작으로 28일 애플 등이 분기 성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 실적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기업 경영진과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낮추는 분위기다. 일례로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S&P500 상장기업 중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기업 수는 201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전반적으로는 기업들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3%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1분기(5.9% 증가)에 비해 더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월가 전망이 엇갈리는 부분은 앞으로 기업들 이익이 늘어날지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미국 주식 최고전략가는 "특히 달러 가치 급등세가 미국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당분간 S&P500지수 약세장이 계속될 것이며,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라 경제가 연착륙하면 S&P500지수가 3400~3500,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30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억만장자 투자자로 유명한 리언 쿠퍼먼 오메가어드바이저스 창립자 역시 "달러화 강세는 미국 기업 이익에 대규모 역풍이 될 것이며, 수익 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코스트코, 세일즈포스 등이다. 다만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자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실적 시즌 때는 가격 결정력이 있는 기업이 유리한 입지에서 이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종목 간에 더 많은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융권의 경우 특히 은행은 금리 상승 시 예대마진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그간 주가가 올랐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경기 침체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늘리면 수익이 감소하는 데다, 투자은행(IB) 사업 비중이 큰 경우에는 최근 뉴욕증시 내 상장 열기가 사그라들면서 기업공개(IPO) 등에 따른 수익도 줄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 입장에서는 충당금을 많이 적립할수록 비용이 늘어난다.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 미국 금융사들 영업이익이 대손충당금 증가 탓에 작년 2분기 대비 23.9%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다.
가격 결정력이 높다고 평가되는 애플이나 테슬라, 반도체 간판 기업들도 전망이 어둡다는 점에서 사정은 비슷하다. 11일 모네스크레스피하트증권은 애플에 대해 '매수' 투자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와 빅테크 기업 규제 리스크를 이유로 목표주가를 1주당 199달러에서 174달러로 낮췄다. 파이퍼샌들러증권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로 유지하면서도 엔비디아의 러시아 내 판매 사업 중단과 올해 2분기 중국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매출 감소 전망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250달러에서 235달러로 낮췄다.
이처럼 시장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지만 지금보다 기대치가 더 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맷 메일리 밀러타박 수석시장전략가는 "현재 주가매출비율(PSR)은 주가가 고평가된 2000년과 2018년, 2020년 때와 동일한 수준인데, 이는 아직 시장이 올해 혹은 내년에 기업들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면서 기업 실적 둔화에 따른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경기 침체 선행지표로 통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2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전 현상이 여전한 가운데,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따른 침체 불안감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13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할 '6월 CPI' 연간 상승률은 9%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연준으로 하여금 기준금리를 대폭 올려서라도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11일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6월 CPI 상승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식품 가격 때문"이라고 언급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샀다.
26~27일 연준은 FOMC 정례회의를 연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조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달 회의 이후로는 긴축 강도를 낮춰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1일 한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업과 가계가 현재 금리 인상폭에 적응할 수 있다 하더라도 급격한 금리 인상이 민간 경제를 얼마나 힘들게 할지를 감안할 때 시장과 의사소통을 통한 꾸준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8월 이후 추가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방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