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 [자료 출처 =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4대 대표 주가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월가 공포지수'로 통하는 변동성 지수(VIX)가 하루 만에 6.21% 뛰어 26.17을 가리켰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하루 10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 떨어져 2.99%에 거래를 마쳤고 주요 6개권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1.06% 올라 108.16에 마감하면서 20여년만에 최고치 기록을 이어갔다. 전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와 달러화로 수요가 몰린 결과다.
기업 실적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기업 경영진과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실적 기대와 목표 주가를 낮추는 분위기다.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S&P 500 상장 기업 중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기업 수는 지난 201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전반적으로는 기업들 2분기 영업 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3%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1분기(5.9% 증가)에 비해 더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월가 전망이 엇갈리는 부분은 앞으로 기업들 이익이 늘어날 지 여부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급등하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의 합성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 기업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미국 주식 최고 전략가는 "특히 달러 가치 급등세가 미국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당분간 S&P 500 지수 약세장이 계속될 것이며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라 경제가 연착륙하면 S&P 500 지수가 3400~3500,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30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억만장자 투자자로 유명한 레온 쿠퍼맨 오메가 어드바이저 창립자 역시 "달러화 강세는 미국 기업 이익에 대해 대규모 역풍이 될 것이며, 수익 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코스트코, 세일즈포스 등이다. 다만 트루이스트 자문의 키스 러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실적 시즌은 가격 결정력이 있는 기업은 유리한 입지에서 이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종목 간 더 많은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융권의 경우 특히 은행은 금리 상승 시 예대마진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그간 주가가 올랐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경기 침체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경우 수익이 줄어들게 되는 데다, 투자은행(IB) 사업 비중이 큰 경우에는 최근 뉴욕증시 내 상장 열기가 사그라들면서 기업공모(IPO) 등에 따른 수익도 줄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대출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 놓는 적립금이다. 경기 침체 시 사람들이 대출 이자를 늦게 내거나 제 때 상환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다. 다만 은행 입장에서는 충당금을 많이 적립할수록 비용이 늘어난다.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 미국 금융사들 영업 이익이 대손 충당금 증가 탓에 작년 2분기 대비 23.9%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다.
가격 결정력이 높다고 평가되는 애플이나 테슬라, 반도체 간판 기업들도 전망이 어둡다는 점에서 사정은 비슷하다. 11일 모네스 크레스피 하트 증권은 애플에 대해 '매수' 투자 의견 유지하면서도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와 빅테크 기업 규제 리스크를 이유로 목표 주가를 1주당 199달러에서 174달러로 낮췄다.
파이퍼샌들러 증권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로 유지하면서도 엔비디아의 러시아 내 판매 사업 중단과 올해 2분기 중국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매출 감소 전망을 이유로 회사 목표 주가를 250달러에서 235달러로 낮췄다. 이밖에 바클레이즈 은행은 올해 수요 부진과 공급망 대란 등을 이유로 올해 노트북 생산이 작년보다 17% 줄어들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마이크론 뿐 아니라 인텔과 AMD 역시 실적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시장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지만 지금보다 기대치가 더 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밀러 타박의 맷 매일리 시장 최고 전략가는 "현재 주가 매출 비율(PSR)은 주가가 고평가된 지난 2000년과 2018년, 2020년 때와 동일한 수준인데 이는 아직 시장이 올해 혹은 내년에 기업들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면서 기업 실적 둔화에 따른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 출처 = 캔자스시티 연은] |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1.50~1.75%다. 다만 FOMC 7월 회의 이후에는 2.25~2.50%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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