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까지 뒤져 보험사기 잡는 보험사…보험금 지급은 '글쎄'

↑ [사진 제공 = 연합뉴스]

백내장 수술로 실손보험금 과다 청구 사례가 이어지면서 보험업계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까지 단속해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있다. 브로커를 낀 수상쩍은 병원이 환자를 모집하고 이에 따른 천문학적인 보험금 누수가 발생해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보험사기 가능성을 빌미로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는 얄팍한 술수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그간 보험사들이 보험약관에 따라 '약관 실수' 등을 핑계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있어서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보험사기 특별조사팀(SIU)은 '웹 크롤링(Web Crawling)'을 통해 인터넷 커뮤니티, 블로그 등을 통해 홍보되고 있는 백내장 관련 게시글 504개를 올 상반기에 확보했다. 삼성생명은 이 가운데 4개 병원을 '보험사기 외 브로커 연루 환자 유인, 알선 행위'로 수사의뢰 했다.
웹 크롤링이란 자동으로 인터넷에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로, 삼성생명은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보험사기 적발에 활용 중이다. 앞서 삼성생명은 웹 크롤링를 통해 지난해 백내장 보장 관련 실손보험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병원 26개를 적발했다.
백내장 사례 이외에도 성형 앱의 게시글을 분석해 코 성형수술을 질병 관련 수술로 둔갑해 실손 부당청구를 조장하는 사례도 9건 적발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9434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기는 규모가 커지고 방법이 지능화하는 추세"라도 말했다.
반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민원 역시 많다. 이런 경우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사가 보험사기를 한다고 본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에서 발생한 민원만 3만2200건이다. 이 가운데 보험금 산정 및 지급 민원은 1만5274건으로 그 비중이 47.4%를 차지했다. 민원 10건 중 5건이 보험금 지급 문제 때문에 발생한 셈이다.
생명보험사 역시 그동안 민원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아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을 맞은 사례와 자살보험금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중 자살보험금 사태는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대표 사례로 남는다. 보험사들은 지난 2010년 4월 이전 작성한 일부 약관에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단서에 가입한 지 2년이 경과한 경우는 예외로 뒀다. 자살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가입한지 2년이 지나 발생한 자살에 대해서는 약관에 따라 해당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일반사망 대비 재해사망에 따른 보험금은 2~3배 가량 많다.
자살 증가로 지급해야 할 자살보험금 규모가 2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보험사들은 자살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론몰이에 나섰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에 자살보험금 지급을 행정 명령했지만, 보험사 상당수는 작성한 해당 약관을 '실수'라고 주장하며 자살보험금 지급 거부와 함께 소송을 벌였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