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전월세시장 ◆
↑ 임대차 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소재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매매·전월세 매물 표지판을 보면서 지나가고 있다. [한주형 기자] |
월세 가격도 최근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의 월세 가격 상승 폭은 0.16%로 2019년 12월 이후 30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는 같은 기간 주택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과 대조되는 움직임이다.
월세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2020년 7월 31일부터 시행된 임대차2법, 즉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다.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대다수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청구했고 전세 물량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임대차법 시행과 동시에 확 늘어난 세금 부담도 전세 품귀 현상에 한몫했다. 집주인들이 세금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꼬박꼬박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올 들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금리도 월세 전환을 부채질했다. 금리가 오르자 임차인 입장에서도 전세자금을 대출했을 때 은행에 매달 내는 금리보다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집주인에게 내야 하는 월세가 부담이 더 적어진 것이다.
전셋값 상승 우려도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8년 8월 4억3419만원에서 2022년 5월 6억3338만원으로 1억9919만원 올랐다.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는 8월부터 계약 갱신을 이미 한 번 거친 뒤 신규 계약을 앞둔 전셋집들이 나오면 전셋값이 한 차례 더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게다가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의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5% 선으로 뛰어올랐고 각종 대출 규제와 전셋값 상승 등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 거주하던 전세 세입자들이 지방으로 내려가거나 월세로 갈아타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
최근 경고 신호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는 '깡통 전세'도 임대차 시장을 출렁이게 만들 수 있는 악재로 꼽힌다. 전셋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집값이 빠르게 하락한다면 역전세난이 확산될 수 있다. 아직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는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아 문제가 없지만 지방이나 수도권 소형 빌라 등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통상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80%를 넘으면 위험하다고 보는데 지방 아파트들은 이미 이 수치가 75%를 넘어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입자가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은 3400억여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깡통 전세 위험이 본격화된다면 전세 물량이 줄어들 뿐 아니라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더욱 가속화할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양질의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겠다는 신뢰를 주는 것
[김동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